2월 주택경기 지표 호재
최근 미국 주택시장의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증거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23일 2월 기존주택판매가 예상외로 크게 호전됐다는 발표가 나온데 이어 24일에는 1월 주택 가격이 드디어 전월대비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주택지수들의 호전 소식이 전해지며 주택시장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주장과 함께 주택시장에 이제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호재들은 일시적인 것일 뿐 가격하락은 다시 시작될 것이라며 좀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 1년만에 전월대비 주택가격 상승 연방주택금융지원국(FHFA)은 24일 1월 주택가격이 전월대비 1.7%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 주택가격이 오히려 전월대비 0.9%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택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1년만에 처음이다 1월 주택가격은 전달에 비해 미국 대부분지역에서 올랐으며 특히 동부지역의 상승이 눈이 띤다. 미시간, 위스콘신, 일리노이, 인디애나, 오하이오 등 동북부지역은 12월에 비해 가격이 3.9%나 상승했다.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등 서부지역은 전달대비 0.9%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 19일 데이타퀵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2월 주택중간가는 22만4천달러로 1월과 변동이 없었다. 다시말해 캘리포니아주에서 가격하락이 진정국면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또 남가주만 볼때도 6개 카운티의 2월 주택 중간가는 25만달러로 1월과 차이가 없다.
▶ 2월 기존주택판매실적 5.1% 증가 2월 기존 주택판매 실적도 예상밖으로 호조를 보이면서 5년반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전미부동산협회(NAR)가 발표한 것에 따르면 지난달 기존 주택판매 실적이 472만채(연율 환산기준)로 전달보다 5.1% 증가했다. 이는 2003년 7월 이후 5년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것이며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445만채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기존주택판매량의 증가는 주택가격의 하락과 저금리, 주택구입자에 대한 연방정부의 세제혜택 조치 등으로 모처럼 크게 반등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기존주택판매의 절반이상이 첫 주택구매자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현재의 여러가지 혜택을 주는 상황에서 그만큼 새로 집장만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전히 차압매물의 거래가 많아 가격하락을 주도하긴 하지만 일반 거래도 상당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NAR의 로렌스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매매 증가 소식은 그 속도가 여전히 완만한 수준이긴 하지만, 업계나 경제 전반에 호재인 것만은 확실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2월 신규주택건설 실적 22.2% 급증..19년래 최고 2월 신규주택착공건수는 전월대비 22% 급증한 58만3000채를 기록했다. 이는 1990년 이후 최대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특히 다가구주택(multi-family homes)은 82%나 늘었다. 1월중 신규주택 착공실적이 47만7천채로 급감한데다 시장 전문가들이 2월에도 45만채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던 것을 감안하면 2월 실적은 의외로 급반등한 것으로 풀이가 되지만 연방정부에 이어 캘리포니아주와 같은 주정부들이 신축주택에 대한 세제혜택을 대대적으로 주면서 건설업자들이 신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또한 향후 주택건설 경기를 전망할 수 있도록 하는 선행지표 성격인 주택건축 허가신청 건수는 54만7천건으로 전월에 비해 3% 증가했다. 이 역시 전문가들이 내다봤던 50만채를 웃돌아 주택경기의 호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주택건설 시장의 핵심을 차지하는 단독 주택의 착공 실적은 35만7천채로 전월에 비해 1.1%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5가구이상의 다가구 주택은 무려 80%나 증가한 21만2천채를 기록, 다가구 주택이 지표 반등을 주도했다. 미셀 메이어 바클레이캐피탈 이코노미스트는 “예상치 못한 이번 발표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바닥이 그리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올 하반기에는 주택경기가 바닥을 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반등이 회복은 아니다. 바닥여부는 더 지켜봐야 1월 미국의 주택 가격이 상승했고 캘리포니아 등 일부지역의 주택 거래가격도 전월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월 주택 가격은 전년동기대비 6.3% 하락했으며, 2007년 4월 정점에 비해서는 9.6% 하락한 상황이다. 또 1월 가격이 오른 지역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진 곳이란 점에서 일부 지역의 집값 안정세가 아직은 전체적인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시말해 차압 집중 지역의 가격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거래량이 늘면서 잠시 상승을 기록한 것이라는 것이며 아직도 많은 차압매물들이 시장에서 빠지는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팔리지 않은 주택재고는 380만채로 한달전보다 5.2% 증가했으며 현재의 판매 속도를 감안하면 재고소진에는 9.7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1월과 같은 수준이다. NAR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재고처리 기간이 5~6개월정도가 되어야 한다. MFR의 조수아 샤피로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청산과정에선 크게 떨어진 집들이 팔릴 수 밖에 없다”며 “이같은 현상은 나쁘지는 않다”고 말하면서도 “가격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많은 주택들이 차압을 당했거나 차압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에 가격은 앞으로도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격이 오르고 거래량이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는 재고감소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주택재고가 줄어들기 전까지는 회복에 대해서는 말하기 힘들다는 점도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가이 레바스 재니몽고메리스코트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정부가 내놓고 있는 일련의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분명히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주택시장이 안정되기 위해선 아직 갈길이 멀다”고 전망했다. 성제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