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베이징대에서 뮤지컬 ‘공자’가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천하를 돌아다니며 강연을 하고 전쟁을 겪은 후 노나라와 돌아오기까지의 행적을 그렸다. 사상가와 교육가로서의 공자가 주된 줄거리다. 그러나 저우젠핑(周建平) 감독은 “역사나 학술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가짜 공자가 아닌 인간 공자의 모습을 살리고 싶었다”며 “공자의 고향인 산둥(山東)성 취푸(曲阜)에 두 번 다녀온 후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뮤지컬 연주에 중국 고대 악기인 편종, 고금, 훈, 퉁소 등을 사용해 전통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그런가 하면 홍콩 배우 저우룬파(周潤發)가 공자로 출연하는 영화 ‘공자’도 이달 말 촬영에 들어간다. 중국 사극 ‘옹정왕조’ ‘한무대제’ 등을 연출한 여감독 후메이가 메가폰을 잡는다. 저우룬파는 공자 역을 맡기 위해 수염을 기르고 ‘논어’ 등을 읽으며 공자 공부에 한창이라고 한다. 노자(老子) 역에는 천다오밍(陳道明), 공자의 연인이자 위나라 영공의 부인인 남자(南子) 역에는 중국배우 저우쉰이 캐스팅됐다. 이 영화는 총 제작비 1억5000만위안(한화 300억원)이 투입해 올해 중국 최고의 블록버스터를 예고했다. 영화속 공자에 대해서 시나리오를 쓴 천한(陳汗)은 “재미있게, 관객을 많이 불러 모을 수 있게끔 썼다”면서 “욕 먹을 각오를 했다”고 밝혔다. 공자의 개인적인 스캔들에 초점을 맞췄다고 간접적으로 예고한 셈이다. 이 외에도 유명 드라마 PD인 장리와 한강이 공자를 소재로 한 드라마 2편을 각각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공자의 생애에 대한 기록은 매우 드물다. 제한된 자료를 바탕으로 생생하면서도 볼거리 넘치는 스토리를 엮어내야 한다. 하지만 중국 문화를 대표하는 인물인 공자를 허무맹랑한 허구의 인물로 형상화 시킬 수 없다는 점에서 시나리오 작가들의 고충이 크다. 한편 공자 열풍에 대해 중국 내에서조차 말이 많다.”공자가 왜 중국문화의 대표선수가 되야 하나”라는 상당히 삐툰 시각부터 “이 참에 공자의 유교사상을 미국의 자유민주주의사상처럼 세계에 널리 전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무리도 있다. 반감을 갖는 이 가운데서도 베이징대의 장이우 교수는 “공자상 1만개보다 여배우 장쯔이 1명이 낫다”고 말해 중국 언론과 네티즌들에게 난타당했다. 또 일부에서는 “공자상의 기준을 만들어 다른 나라에 전파하는 것은 문화 폭력”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희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