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그린 이니셔티브’ 전쟁

뉴욕타임즈의 인기 칼럼리스트인 토마스 프리드먼이 쓴 ‘그린코드, 한국판 :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는 정책 입안자가 아닌 평범한 일반인들에게도 반드시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가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리석게 살고 있으며, 미래를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인류가 공존하기 위해서 왜 ‘코드 레드’에서’코드 그린’으로 삶의 방식을 혁명적으로 전환해야 함을 깨우쳐준다,
 
현재 세계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주요 에너지원인 석유가 고갈되는데 40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특히 지금과 같이 전세계의 인류가 미국식 생활방식을 추구한다면 이 보다 더 빨리 석유는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 있다. 중국, 인도 등과 같은 신흥개도국이 지금과 같은 속도의 산업화로 대규모 석유 소비를 지속한다면 지구는 더욱 뜨거워질 것이고, 결국 공존이 아닌 공멸로 가고 말 것은 매우 자명하다.
 
석유라는 자원이 갖고 있는 폐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온실가스의 배출이 지구환경을 오염시키는 위협 이외에도 인류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대부분의 갈등이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종교간, 국가간, 지역간의 모든 갈등에 석유라는 자원이 이면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안다. 유가가 올라가면 갈수록 이러한 갈등은 더욱 증폭되고, 유가가 낮아지면 세계는 더 평화스러워진다.
 
그나마 이 시점에서 화석에너지가 갖고있는 엄청난 위험성을 인정하고 세계 각국이 대체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것은 불행중 다행한 일이다. 사실 이부문에서는 유럽이 가장 선두주자에 있으며, 일본이 그뒤를 잇는다. 다소 때늦은감이 없지않지만 지난 1월 출범한 오바마정권의 미국도 본격적으로 그린 산업의 닻을 올리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MB노믹스’의 핵심이 그린이고 보면 이러한 경쟁의 대열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하였다고 할 수 있다.
 
미국發 ‘그린 이니셔티브’가  글로벌 경쟁으로 확산
 
최악의 불황이 전세계를 휩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린산업은 오히려 탄력을 받고 있다. 미래에 대해 지금 투자를 하여 가장 이익을 볼 수 있는 분야라면 그린(녹색) 관련 산업이라고 해도 지나친 과장이 아니다. 국가, 기업 내지 심지어 개인에 이르기까지 그린 컨셉을 가지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질 뿐 아니라 경쟁력도 확보할 수 없다. 모두가 생존하기 위한 선택이 아닌 의무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發 금융위기에 더하여 미국發 ‘그린 이니셔티브’경쟁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인다.  오바마노믹스의 키워드가 ‘그린뉴딜’이고, 미국 경제부활의 핵심도 여기에 맞추어져 있다. 미국 제조업의 자존심인 자동차산업이 몰락한다 할 지라도 그린산업을 미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다분히 내포되어 있는 것이 엿보인다. 미국의 가세로 그린 관련 산업 내지 시장의 글로벌 무한경쟁의 서막이 이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그린 마케팅’이  상시적인 트렌드로 자리매김
 
기업들은 어떠한가? 이들은 더 빠른 행보를 보인다. 세계적 유명기업은 이미 그린 마케팅 공세를 체질화하고 있다. 친환경적 이미지로의 변신과 더불어 매출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그린 혹은 웰빙 붐은 더욱 기승을 부린다. 그러나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기업의 생존 혹은 미래 발전전략과 맞물려 있어 상시적인 트렌드로 자리매김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가전, IT, 건축, 석유화학, 섬유 등은 물론이고 금융,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산업 분야에 걸쳐 그린 붐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주말 라스베가스에서 막을 내린 ‘무선통신기기 박람회(CTIA Wireless 2009)’의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무선통신기기 분야의 그린 응용기술 개발에 무려 5000억불 이상이 투자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 어떤 기업도 이제 그린 컨셉을 접목하지 않고서는 소비자들에게 어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정부 차원의 그린산업 육성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하여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KOTRA는 한국 그린산업의 글로벌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수출은 물론 외국 선진기업과의 접목을 통한 상호협력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3월 촛에는 처음으로 미국 LA에서 ‘US-Korea Green Tech Exchange Forum’이 성황리에 개최되었고, 4월 6일부터는 ‘Green Hub Korea Week’행사가 서울에서 열린다. 한국 그린산업의 글로벌 경쟁과 협력의 선봉에 KOTRA가 있는 것이다.

김상철 (KOTRA LA 코리아비즈니스센터장)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