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맞은 것처럼’의 충격=가장 먼저 포문을 열었던 것은 백지영의 ‘총맞은 것처럼’. 발라드곡의 제목이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충격적인 제목이다. ‘총맞은 것처럼 정신이 너무 없어. 총맞은 것처럼 정말 가슴이 너무 아파’ 총기 소지가 금지된 나라에서 총맞은 것에 이별의 참담한 심정을 비유하며 극단적인 묘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물론 손담비의 ‘미쳤어’나 2PM의 ’10점 만점에 10점’이라는 기발하거나 극단적인 제목이 있었지만 ‘총맞은 것처럼’은 발라드 장르였다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백지영의 후속곡인 ‘입술을 주고’도 역시 작곡가 방시혁의 독특한 댄스곡. 제목으로 사용되지 않았던 ‘입술’ 시리즈는 신인가수 소리의 ‘입술이 정말’이라는 곡으로 이어졌다. 둘다 입맞춤이라는 남녀 사이의 신체 접촉을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대세가 된 ‘충격적 가사’=애절한 멜로디에 얹어지는 가사는 반전과 같은 강렬한 느낌을 준다. 지난해 ‘미워도 사랑하니까’ 등의 곡을 히트시킨 다비치의 미니앨범 타이틀곡은 ’8282′다.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의 연락을 기다리는 애절한 마음을 담은 가사를 담았다. 눈에 띄는 곡은 ‘사고쳤어요’. 미디엄 템포의 팝 발라드로 역시 자극적인 제목을 선택했다. ‘사고’ 시리즈는 또 있다. 발라드곡 ‘사고치고 싶어’는 신인가수 이불이 손담비와 호흡을 맞춘 곡. ‘나 오늘밤 사고치고 싶어/아껴둔 너의 입술을 훔치고 싶어/사랑을 왜 참아야 하는데/내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등과 같은 직설적인 가사가 들어있다. 플라이투더스카이의 8집 타이틀곡은 마치 사회면의 사건기사에서나 볼 법한 단어 ‘구속’을 제목으로 했다. 이별의 슬픔을 슬픔 속에 갇힌 구속상태로 표현했다. 신인가수 아주의 두 번째 싱글 ‘재벌2세’ 역시 ‘꽃보다 남자’ 판타지에 열광하는 현 세태를 그대로 반영하며 제목으로 한바탕 화제를 모았다. 막장 드라마의 필수요소인 재벌 2세가 각종 세련된 포장을 벗기고 노래 제목으로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이 밖에도 FT아일랜드의 ‘나쁜 여자야’와 바비킴의 ‘사랑 그 놈’ 역시 눈에 띄는 제목으로 시선을 붙든다.
▶세태의 표현 vs 그래도 적절해야=자극적인 가사와 노래 제목은 심의와도 연결돼 있다. ‘총맞은 것처럼’과 ‘입술을 주고’는 지상파 방송 심의는 다 통과했지만 활동이 끝나갈 무렵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로부터 청소년 유해 판정을 받았다. 선정적이라는 이유였다. 플라이투더스카이 ‘구속’의 뮤직비디오는 수위 높은 베드신으로 KBS와 엠넷 등으로부터 방송금지 판정을 받고 재편집에 들어갔다. 아주의 ‘재벌2세’는 아이러니하게도 ‘꽃보다 남자’를 방송 중인 KBS가 ‘물질만능주의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방송불가 판정을 내렸다. 아주는 ‘이지포미(Easy for me)’로 제목을 수정해 활동 중이다. 이불의 ‘사고치고 싶어’는 MBC에서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방송불가 판정을 받으며 방송활동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이들 노래에 대한 평가는 크게 두 가지다. 막장 코드가 노래 가사에까지 미쳐 자극적으로 변화한 것이라는 시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의 영역 확장이라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점이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최근 인터넷 환경의 변화와 음원 유통의 특성상 눈길을 끌기 위해 제목을 눈에 띄는 것으로 붙이게 되는데 경제가 어렵다보니 이런 마케팅이 극대화하는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는 이에 대한 제재에 대해 “문화의 외연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과거에 쓰던 밋밋한 표현보다는 더 표현의 영역이 넓어지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며 “대중이 자연스럽게 이를 구분하게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요즘 가사는 10대까지 흥얼거리는 가사나 노래 제목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표현도 많이 있다. 기준 없이 자극으로만 흐르는 노래 가사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당분간 이런 자극적인 제목 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음반제작자는 “어렵게 제작했는데 요즘 같은 불황에 눈에 띄지 못한다면 바로 망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수위 조절은 필요하겠지만 최대한 대중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노래를 만드는 것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박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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