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 바쁘다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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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한인은행장 어떻게 지내나

금융위기 이후 가장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직종 가운데 하나가 은행장들이다. 한인은행장들 역시 끝없이 밀려드는 결제서류와 회의로 눈코뜰새 없는 일과를 소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 수년새 어떤 이유에서건 행장직에서 물러난 전직 한인은행 CEO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전직 은행장으로서 숨가쁜 은행원의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거나 편히 쉬고 있는 그들의 근황을 살펴봤다.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사람은 은행장을 맡기 전부터 유명세가 대단했던 손성원 박사이다. 지난 2007년 말 한미은행을 떠난 그는 현재 칼스테이트 채널아일랜드 대학의 석좌교수 겸 대형의류업체 포에버21의 부회장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여전히 여러 주류 및 한인 언론매체들에 경제전망에 관련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도 하며 한국에서도 자주 강연을 갖고 있다. 포에버21에서는 월가에 근무했던 자신의 경험을 살려 투자 및 자금관리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양호 전 나라은행장 역시 한국과 LA를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는 전직 은행 CEO 가운데 한명이다. LA에서는 투자회사인 크리스탈 캐피탈을 운영하면서 LA한인타운의 네트워킹 모임인 ‘미드윌셔 포럼’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의 한 기업체 고문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민수봉 전 윌셔은행장은 공적인 일은 일체 삼간채 편안한 마음으로 여가를 보내고 있다. 2007년 말 은퇴 기자회견 당시 종교라도 하나 가져 볼 참이라던 그는 최근 신앙생활에 푹 빠져 만나는 사람마다 전도에 열심이라는 후문이다. 민 전 행장은 “일은 할 만큼 했다. 주위 친구들보다 15년 늦게 은퇴를 해서인지 나이들어 푹 쉬니 좋다”며 현재 생활에 만족감을 표했다.
 
지난해 새한은행장에서 물러난 벤자민 홍 전 행장은 은퇴 뒤 은행 후배들과 잦은 만남을 갖고 있다. 이런저런 일로 조언을 원하는 한인은행가 후배들은 물론 오랜기간 알고 지내던 은행 이사들이 찾아오는 일도 심심찮게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한 한인 일간지 기고문과 라디오 출연을 통해 한인은행간 M&A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홍 전 행장은 “특별히 하는건 없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나 상담을 해주는 정도”라며 “책을 한권 쓰려고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말 사임한 제프리 이 전 신한아메리카은행장은 3년 임기로 아프리카 르완다에 있는 은행을 이끌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그는 기독교 비영리단체가 설립한 르완다의 한 은행장으로 활동하며 신앙을 걸고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을 하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켜가고 있다. 김선홍 전 유니티은행장은 최근 한미은행의 사외이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외에도 얼마전 사임한 홍승훈 전 아이비은행장은 북가주 오클랜드의 자택에 주로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구본태 전 FS제일은행장은 은행 이사로서 한달에 한번씩 이사회에 참석하는 것 외에는 등산 등의 취미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백은학 전 미래은행장과 손동건 전 조흥아메리카은행장은 모두 US메트로은행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백 전 행장은 특히 교회 장로로서 교회일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으며 파트너십 형식으로 요식업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 한 측근의 전언이다.
 
염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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