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태혜지’ 에피소드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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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시트콤은 중산층의 소소한 일상을 명랑하고 따뜻하게 풀어간다. 그런 점에서 MBC 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이하 ‘태혜지’)'는 기존 시트콤과 유사하다. 하지만 인생에 대해 뭘 좀 알 만한 나이인 30대 후반~40대 초반 다섯 언니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은 다르다. 이 점은 기존의 청춘시트콤이나 가족시트콤과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TV 시청층의 고연령과 관련이 있는 변화다.
 
요즘 시트콤은 풀어가기가 쉽지 않다. 드라마와 예능물의 시트콤화가 진행됨에 따라 시트콤이 본래의 영역을 침범당하고 있다. ‘태혜지’는 매회 완결구조를 가진 시트콤 본연의 모습에서 그치지 않고 드라마의 성격을 강화해 다음 회의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태혜지’의 이야기 소재는 고부갈등, 남편의 실직위기, 자식 사교육, 이혼, 연애사, 추억 등 주로 현실적으로 와닿는 내용들이다. 이들은 전문직의 유능한 미시족들이 아니다.

공인중개사 아줌마(미선)이며 빵집 주인(선경)이고 별로 잘나가지 않는 라디오 작가(지민)와 전업주부(희정)도 있다. 돈 잘버는 남편을 둬 임대업으로 편하게 살아가는 은경은 푼수끼로 비웃음을 사는 캐릭터다. 이들의 모습은 재미있기는 하지만 대개는 수다스럽고, 허풍스러우며 무능력한 모습으로 비춰진다. 아줌마 출연자 2~4명이 모이기만 하면 뒷담화를 나누다보니 기혼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걱정도 생긴다.
 
다섯 캐릭터가 모두 개성이 있는 아줌마지만 아직 완전히 자리를 잡지 않은 초기 상태이므로 그들이 만들어내는 에피소드가 시청자에게 확실한 재미와 그 감성을 제대로 전해 주지는 못하고 있다.
 
우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다양화시켜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에피소드가 절대 부족하다. 인기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은 드라마 요소를 지니고도 회당 2개의 에피소드를 채우는 고된 작업을 거쳐나갔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메인 타깃이 중년 아줌마라 해도 아줌마들 간의 이야기 비중을 너무 높게 끌고가서는 안 된다. ‘태혜지’는 젊은층과의 연결 고리가 약하다. 아줌마와 젊은이들 간의 관계는 선경이 운영하는 기획사에서 아이돌 가수를 준비 중인 연예인 지망생을 통해 주로 이뤄진다. 하지만 아줌마들이 젊은 친구들을 놀려먹는 단순한 구도에 머물고 있다.
 
‘앵두총각’ 문희준에게는 매번 “그 얼굴 가지고 가수하겠어”라고 말하고, 노민우에게는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웃기려고 하느냐”라고 말한다. 문희준과 ‘빵녀’ 장희선 두 남녀가 사귀는 것도 매번 놀림의 대상이 된다. 시청자들이 “문희준 그만 희화시켜라”고 말할 정도다.
 
게다가 문희준은 아이돌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10년째 노력하는 바른생활 청년으로 설정돼 있다. 활동 반경을 넓히고 개성있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봉쇄돼 있다.
 
킹왕빵집의 알바생 장희진도 대한민국을 표류하는 불안한 88만원 세대의 표상이라는 현실적 캐릭터임을 별로 느끼지 못하게 한다. 40대인 DJ 윤종신의 라디오 방송 복고풍 ‘멘트’나 회의 장면도 단조롭고 지루해질 소지를 안고 있다.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은경의 ‘지저스’ ‘테러블’처럼 캐릭터들의 순간적인 웃음 포인트로는 오래 갈 수 없다. 부족한 에피소드 내용을 탄탄하게 집어넣어 스토리를 긴밀하게 만들어 캐릭터를 살리는 게 급선무다. 그래야 이야기의 감성을 시청자들이 즐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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