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안방극장은 ‘웃음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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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1박2일’ ‘패밀리가 떴다’ 등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의 인기가 변곡점을 지났다. ‘날 것’ ‘의외성’ ‘탈권위’의 속성을 지닌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청률이 아직은 만만치 않지만 여기에서 나온 몇몇 캐릭터들이 엄청난 반응을 낳았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지금은 어느 정도 물이 빠졌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예능의 대세는 ‘개그콘서트’다. ‘개콘’의 킬러 콘텐츠로 단숨에 부상한 ‘분장실의 강선생님’ 코너는 코믹함을 충분히 깔고 있다. 몸개그든, 말개그든 예능은 웃음을 깔고 있어야 한다.
 
‘도움상회’ 코너가 장수할 수 없었던 것은 각종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엉뚱한 점을 가지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상조 전문 CF 패러디가 시사성은 강하지만 코믹성을 계속 유지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장실의~’은 조직사회의 위계질서와 텃세를 드러내는 풍자성을 담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표현하는 분장개그가 충분히 코믹성을 띠고 있다.
 
안영미의 ‘골룸’, 강유미의 ‘털난 원시인’ 등 원초적이고 엽기적인 분장 자체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웃음을 유발하는 설정은 개그의 살신성인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다.
 
MBC 월화극 ‘내조의 여왕’(사진)도 코믹코드를 활용해 성공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용은 지극히 평이하다. 아직도 남편의 능력에 의해 삶이 결정되는 아줌마 천지애(김남주 분)가 백수 남편 온달수(오지호 분)를 출세하게 만드는 석세스 스토리다. 이 줄거리를 진지하게 그려 나간다면 60년대 신파로 주저앉고만다.
 
대신 이 드라마는 김남주가 남편을 퀸즈푸드사에 취직시키기 위해 이 회사 이사의 부인에게 접근, 짝퉁 가방을 선물하다 망신을 당하고, 드라이브샷을 티를 꽂지도 않고 날리는 등 골프장에서 온갖 굴욕을 당하는 모습을 시종 코믹하게 터치한다.

그러면서도 웃음 자체로만 머물지 않고 비정규직의 비애 등 팍팍한 현실을 공감하게 만든다. 고단한 현실을 정색하며 보여주면 모두들 외면한다. 불황일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내조의 여왕’은 코믹을 가장 잘 활용한 가족사회극이다.
 
반면 MBC 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하 태혜지)은 코믹코드를 살리지 못해 빅히트를 치지 못하고 있다. ‘태혜지’에는 시트콤다운 웃음과 반전, 실험성의 묘미가 없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봤던 코믹하면서도 싸늘한 반전이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는다.
 
‘태혜지’는 아줌마의 소소한 일상을 파고들어 타깃 시청자는 확보했지만 코믹 요소가 약하다. 시트콤이라기보다는 일일드라마에 가깝다. 그런데 일일극이라 해도 소재의 참신성이 떨어진다.
 
라디오 작가인 홍지민이 남편 김국진이 바람을 피우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은경 아줌마와 학부형 모임일로 만났다는 에피소드는 결말이 뻔히 예상되는 80, 90년대 드라마와 닮았다. 박미선과 윤종신이 연애한다는 에피소드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인 다섯 아줌마 캐릭터도 과거 드라마에 등장했던 조연급 아줌마들을 닮은 전형적이고 평면적인 유형이어서 깊이 있게 들어가기 힘들다.
 
주인공 캐릭터의 코믹성이 떨어지면 DJ 윤종신, ‘앵두총각’ 문희준, ‘빵녀’ 장희진 등 나머지 캐릭터라도 웃겨야 하는데 이들은 모두 객체로만 존재한다. ‘태혜지’를 보면 남미축구처럼 화려한 공격기술(코믹함)을 사용하지 않고 수비만 하다가 끝나기 직전 한 골을 넣어 1-0으로 이기려는 유럽축구가 연상된다. 드라마도 웃기려고 하는 마당에 시트콤이 감히 웃기지 않는다면 이런 강심장도 없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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