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레드카펫 주인공도 시간문제


▲ 영화 ‘업’의 한 장면

ⓒ2009 Koreaheraldbiz.com


칸 영화제 사상 첫 애니영화 ‘업’ 개막작 선정 

5월 13일에 개막하는 올해 칸 영화제는 개막작을 디즈니-픽사스튜디오의 ‘업(UP)’으로 선정했다. 칸 영화제 역사상 애니메이션이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처음이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의 선택은 현재 애니메이션의 위치를 잘 보여준다. 드림웍스 등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메이저 제작사는 3D로 한층 더 밝은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 기술력은 물론 탄탄한 스토리텔링 능력까지 갖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 세계 영화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3D에 사활을 걸다
 
‘몬스터 vs 에이리언’ 홍보차 방한한 드림웍스의 CEO 제프리 카젠버그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인트루(InTru) 3D’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따로 가졌다.
 
제프리 카젠버그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2, 3년 전에 발견했고 앞으로 모든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은 이 기술로 제작할 것으로 결정했다”며 “과거에 3D는 유람공원에서 체험할 수 있는 매체로 생각됐다.  그러나 인트루 3D 기술은 새로운 영화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다. 이를 이용한 시도는 관객이 영화 자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영화 제작자의 상상력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기술의 발달은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애니메이션에서 새로운 길을 찾도록 만들었다. 3D 실사영화도 요즘 나오고 있지만, 특수안경을 끼고 즐기는 입체영화는 애니메이션에서 일찌감치 발전이 이뤄졌다. 영화를 다른 매체와 차별화시키는 것은 무엇보다 극장에서 보는 것이다.
 
3D 애니메이션은 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를 공급함으로써 영화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주고 있다. 또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객을 유인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탄탄한 자본과 기술력을 앞장세운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은 다른 어떤 장르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분야다. 기술력에서 월등할 뿐만 아니라 웬만한 블록버스터 한 편의 제작비를 웃도는 규모를 감당할 여력은 할리우드밖에 없다.
 
지난해 개봉한 ‘월-E’ 제작비는 1억8000만달러로 이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대표하는 슈퍼 히어로 영화보다 훨씬 높은 규모다. 지난해 흥행한 ‘아이언맨’은 1억4000만달러가 들었을 뿐이다.


▶애니메이션의 작품성 업그레이드
 
‘업’이 칸 개막작으로 선정되자 디즈니-픽사스튜디오의 수장인 존 라세터는 “칸의 ‘업’ 개막작 선정은 애니메이션 역사에 있어 한 단계 발전을 의미한다”며 “이는 위대한 애니메이션과 위대한 영화는 동급이라는 우리의 신념에 대한 무한한 지지”라고 소감을 밝혔다. 3D 기술이 아무리 눈을 즐겁게 한다 해도 영화는 무엇보다 스토리가 중요하다. 제프리 카젠버그도 “발전한 기술 작업은 각본자와 스토리텔러 등이 더 높은 수준으로 이야기를 전하도록 만들었다”며 기술과 스토리의 동시 발전을 시사했다.
 
아직도 애니메이션을 아동용으로 폄하하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슈렉’ ‘쿵푸팬더’ 등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유치하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애니메이션상을 받은 ‘월-E’는 평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작품이다.
 
‘월-E’는 지난해 미국 LA영화비평가협회의 ‘올해의 최우수 작품’에도 선정됐으며 ’2008년 모든 것에 대한 톱10′을 실은 ‘타임’의 영화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타임’은 “대부분의 영화가 선택하지 않을 법한 방식을 고른 겸손한 영화로 감독은 스스로 설치한 한계 안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러닝타임 중 대사가 나오는 장면은 고작 몇 분밖에 안 되지만 ‘월-E’는 분위기와 스토리만으로 관객을 완벽하게 사로잡는다.
 
또’슈렉’이 보여준 유쾌한 패러디와 동화 비틀기는 웬만한 영화의 재치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훌륭했다.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중 최고 흥행 기록을 가지고 있는 ‘쿵푸팬더’도 자신의 잠재된 능력을 믿으라는 교훈을 유쾌하게 전해주며 현실에 지친 어른들에게 더 힘을 주는 영화다.
 
4월 ‘몬스터 vs 에이리언’를 시작으로, 7월에는 ‘업(UP)’ ‘아이스 에이지3′  등 기대작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거기에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어떤 미래를 볼지는 이제 관객이 판단할 몫이다. 
 
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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