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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검정드레스를 입고 춤추는 카트리나 (2009년), 청바지를 입고 춤추는 카트리나(2009년), 데님스커트를 입고 춤추는 카트리나(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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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안 오피 첫 한국전 29일부터
더없이 단순하면서 즐겁다. 얼굴은 그저 동그란 원으로, 몸체는 그저 굵은 선으로 표현했지만 현대인의 모습을 더할 나위없이 상큼하게 표출하고 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줄리안 오피(Julian Opie)의 인물화다. 관람객의 심성을 정확히 꿰뚫는 인물화로 명성이 자자한 줄리안 오피가 서울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연다. 영국미술가 줄리안 오피(51)는 앤디 워홀 이후 세계 팝아트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작가로 국내에서도 수년 전부터 널리 알려진 작가다. 모 카드회사 광고에 그의 작품이 등장했는가 하면, 대형건물의 로비에도 단골로 작품이 설치되곤 한다. 그러나 이번 소격동 국제갤러리(대표 이현숙)에서의 개인전(29일~5월31일)이 첫 공식 한국전시다.
현대인물의 이미지를 간명하게 다루는 그의 작품은 전시나 아트페어 뿐 아니라 잡지, 인터넷 등을 통해 자주 소개된다. 대중에게 가장 많이 각인된 것은 픽토그램을 연상시키는 둥근 머리와 뚜렷하고 단순한 선으로 이뤄진 전신상. 또 가까운 주변인물을 클로즈업해서 묘사한 반신상도 매우 친숙하다. 오피의 강렬하고 독특한 스타일은 일상에서 길어올린 친밀함을 섬세한 색채로 표현해 누구나 편안하게 몰입하게 하는 것이 특징. 그의 산뜻한 미적 감수성은 누구나 작품에 슬며시 다가가게 만든다. 이번 전시는 지금껏 공개되지 않은 작가의 최신작들로 이뤄졌다. 즉 보다 동적인 움직임이 강조돼 마치 피겨스케이터인 김연아의 다양한 포즈를 감상하는 듯하다. 또 디테일을 살린 신작도 포함돼 변화를 엿보게 한다.
런던에서 태어나 옥스포드의 달렌 컬리지스쿨을 다닌 오피는 1982년 스타작가의 산실인 골드스미스대를 졸업했다. 초기에 입체작품으로 시작한 오피는 이후 고요한 풍경화를 거쳐 원형의 머리로만 표현된 인물을 하나둘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과같은 인물화가 나타난 것은 1998년경. 미술행정가인 엘렌과 교사인 폴 등 자신과 가까운 이들을 그린 작품들은 개별성과 보편성이 혼재하는 오피만의 독자적인 시스템 안에서 무한한 증식과 변주를 거듭한다. 그리곤 ‘기호에 가까운 그만의 스타일’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게 된다. 오피는 회화와 조각, 원본과 복제, 미술과 디자인, 상품과 예술품 등 서로 대립되는 관념을 거침없이 넘나드는 매우 드문 작가다. 동시에 유화나 조각이 아닌 ‘고유성을 지닌’ 멀티플의 형태로 작품을 재창조한다는 점에서 실험적인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직접 촬영한 모델이나 풍경, 혹은 단편영화의 스틸이미지 등을 직접 드로잉이나 컴퓨터 작업을 통해 변형하고 수정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든다. 얼굴과 몸의 특징 등 대상의 정체성이 최소한으로 남을 때까지 생략을 거듭해 최대한 단순화시키는 것이 작업의 핵심이다. 이같은 오피의 작품들은 ‘오피 월드(Opie World)’로 불리며 우리 시대의 원형적 특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뚜렷한 선과 달콤한 색채로 이뤄진 오피의 작품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며 대중들에게 뜨겁게 사랑받고 있다. 동시에 놀라울 정도로 원본성에 충실한 작품이기도 하다. 때문에 그는 가장 민주적인 작가인 동시에, 뛰어난 예술가이기도 하다. 이번 서울 전시에는 라이트박스를 이용한 신작 평면작품, LED 동영상작품, LCD 동영상작품, 조각 등 30점이 전시된다.
이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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