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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개편을 맞아 새롭게 라디오 프로그램을 맡게 된 MBC 아나운서. (왼쪽부터)전종환, 허일후, 최현정, 차미연, 문지애, 오상진 아나운서.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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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팍팍 늘어나는데도 즐거워하는 직장인이 있다. 방송국 아나운서들 얘기다.경기 불황에 각 방송사들이 고액 MC들을 연달아 하차시키자 그 빈자리를 사내 아나운서들이 메우기 시작했다. 업무량이 증가했지만 대부분의 진행석을 연예인들에게 빼앗기면서 갈수록 줄어드는 위상에 고심해온 아나운서국은 이를 오히려 호기로 받아들인다.
SBS는 ‘좋은 아침’에서 10년간 마이크를 잡아온 정은아와 이재룡을 동반 하차시키고, 배기완, 최영아 아나운서를 기용했다. ‘뉴스와 생활 경제’에선 신용철, 유영미 아나운서가, ‘생방송 투데이’에서는 김태욱, 이병희 아나운서가 새로 마이크를 잡는다. 아나운서국의 새 편성표에는 아나운서 담당 프로그램을 알리는 노란 형광색 표시가 빼곡히 들어찼다. SBS 박영만 아나운서팀장은 “사실 너무 많은 프로그램이 시청률에 급급해서 인기 높은 연예인들에게만 집중됐었다”면서 “매끄럽게 진행하는 능력 있는 아나운서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KBS와 MBC도 다르지 않다. KBS는 아나운서 93명 중 68명이 봄 개편에 참여하게 됐다. 박경희 KBS 아나운서실장은 “개편 때 아나운서들의 프로그램 참여율 1%포인트 올리기가 엄청나게 힘들었는데 이번엔 유례없이 3%포인트나 올랐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아나운서 개개인에게 이번만큼 방송참여 기회가 고루 돌아간 적이 없다. 회사가 기회를 준 만큼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MBC에서도 김성주 등 고액 MC가 하차하고 오상진 문지애 등 사내 아나운서들이 진행석을 되찾았다. 유종일 교수에 이어 라디오 경제방송 ‘손에 잡히는 경제’의 새 MC를 맡은 차미연 아나운서는 “물론 너무 많은 프로그램을 맡아 과부하가 걸리면 진행의 질 자체가 떨어지겠지만 지금은 그런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새 프로그램을 맡아 더 많은 능력을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아나운서의 프리랜서 선언은 철 지난 말이 됐다. 모 아나운서는 “동료들 사이에선 ‘지금 나가면 쪽박’이라는 말까지 돈다. 정은아 김성주 등 쟁쟁한 전 아나운서들까지 불황 후 폭풍을 맞는 지금, 용기 있게 프리랜서 선언을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밝혔다. 김윤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