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트 ‘자동차 공룡’탄생 임박

소형차시장 가세 경쟁 심화…업계 지각변동 예고

파산보호를 신청한 크라이슬러의 지분 인수를 추진 중인 이탈리아의 피아트가 제너럴 모터스(GM) 유럽 사업부문의 인수를 위한 협상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자동차 업계에서 새로운 ‘거인’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경.소형차에 강점을 가진 피아트가 미국에서 크라이슬러와, 유럽에서 GM의 유럽 사업부문에 속한 오펠과 한 몸이 될 경우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가져와 세계 자동차업계의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피아트는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산하 자동차 그룹과 크라이슬러, GM 유럽 사업부문 등을 합병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 이를 분사한 뒤 상장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를 위해 GM 유럽 사업부문에 속한 오펠 인수 협상이 진행 중이며, 피아트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최고경영자(CEO)가 4일 독일 경제.외교 관계 장관들과 매각 관련 협상에 나선다.
 
피아트는 성명에서 “이 절차의 한 단계로 피아트 그룹은 몇 가지 기업 구조를 고려 중이며 여기에는 자동차 그룹의 분사 가능성과 GM 유럽 사업 부문을 포함한 새로운 회사의 상장 문제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피아트, 알파로메오, 페라리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피아트가 크라이슬러와 GM 유럽 사업부문을 인수할 경우 새로 설립된 회사의 연간 수입은 800억유로(1천63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마르치오네 최고경영자는 4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피아트에서 자동차 부문을 분리시킨 뒤 이를 GM 유럽 사업부문과 크라이슬러 지분 등과 합병해 연간 600만-70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거대 기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이러한 합병을 ‘결혼’에 비유하며 “공학적 측면에서나 산업적 측면에서 하늘이 맺어준 만남”이라고 강조했다.
 
양 대륙에서 피아트의 합병이 완성될 경우 독일 폴크스바겐,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 한국의 현대기아차로 삼분됐던 소형차 시장에 피아트가 가세, 더욱 치열한 혼전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점치고 있다.
 
특히 최근 북미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로서는 크라이슬러가 피아트를 등에 업고 경쟁력을 회복할 경우 비교적 순조로왔던 판매 증대 전략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피아트의 움직임이 아직은 어떤 방향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칠 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이에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치오네는 인수를 위한 모든 절차를 이번달 내에 마치고 잠정적으로 ‘피아트/오펠’로 불리는 새로운 회사를 올여름이 가기 전에 상장시킨다는 계획이다.
 
피아트의 이러한 움직임은 경쟁사들의 추가 합병을 부채질할 전망이지만 피아트에 대한 노조와 정치인들의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독일의 반대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르치오네는 이날 독일 정부 관계자들과의 협상에서 이들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카드로 독일 내 자동차 조립공장들을 폐쇄하지 않을 것이며 인력 구조조정이 있을 경우 이탈리아에서도 책임을 부담하겠다는 뜻을 전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박인영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