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에도 역송금 움직임 없어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한국으로 건너간 미주한인들의 자금이 한국의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 투자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250원 밑으로까지 내렸지만 지난 6개월여간 LA에서 한국으로 송금된 한인들의 뭉칫돈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11월과 지난 3월 초 등 두차례에 걸친 환율 급등 속에 환차익을 노리고 목돈을 송금한 투자자들이 굳이 돈을 미국으로 다시 들여올 이유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3월초만 해도 달러당 1600원대를 위협했던 환율은 이제 1200원대 중반에 머물고 있다. 대부분의 송금이 1400원대 후반에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림잡아 15% 안팎의 환차익 실현이 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불경기와 불안정한 금융시장, 극히 낮은 금리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미국의 상황과 대조적으로 한국의 주식과 부동산이 상승세를 보이며 송금된 돈의 대부분이 한국에 투자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가을 첫번째 환율 급등 당시만 해도 ‘결국은 돌아올 돈’으로 간주되던 한인들의 뭉칫돈은 새로운 투자기회 등의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당분간 한국에 계속 머물게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 가운데 일부는 일단 달러로 환전한 뒤 관망세를 유지하며 또한차례 환율 급등이 있을 지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뱅크아메리카의 김태한 글로벌파이낸셜서비스(GFS) 팀장은 “한국에 돈을 송금한 미주 한인의 10% 정도가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 투자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송금을 하면서 돈을 다시 들여올 방법과 환율 전망 문의 정도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6개월여간 처럼 환율의 등락이 심한건 정상적인 시장의 모습이 아니었다”며 “특별한 환율 상승 요인이 없어 현상태라면 당분간 1200원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환차익과 투자수익을 동시에 잡게 된 해외한인들의 모습은 한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머니투데이 등 여러 한국 언론들에 따르면 해외 한인들은 1500원을 전후해 달러를 송금해 원화로 환전한 뒤 주식이나 펀드 등에 투자, 최소 20%에서부터 극히 일부지만 많게는 100% 이상의 투자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인들의 한국 부동산 투자 열기도 뜨겁다. 지난달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1분기에만 392건, 1267억6900만원(공시지가 기준)에 달하는 부동산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4분기에 비해 건수로는 32%, 액수로는 65%나 증가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외국인으로 집계된 부동산 취득의 90% 이상이 해외 교포였으며, 매입 대상은 주로 서울 강남 요지의 아파트들이 주를 이뤘다.
 
염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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