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이 오는 5월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할 브루크너 교향곡 제8번은 연주 시간만 80분에 이르는 ‘마라톤 교향곡’이다. 이 한 곡에 대해 4가지 판본이 존재하는데 어느 판본으로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연주 시간이 최대 96분에 이르기도 한다. 일반 교향곡의 배 길이에 해당하는 대곡인 셈이다.
1887년 초판과 1890년 제2판을 음악학자 레오폴트 노박이 각각 1972년과 1955년에 출판했는데 이 악보를 ‘노박 판’이라고 부르며, 1935년 빈국립음악원 도서관장 로베르트 하스가 초판과 제2판을 절충해 만든 판본은 ‘하스 판’으로 불린다. 1892년 초연 당시 브루크너의 제자인 요제프 샬크가 편집한 개정본도 있다. ‘하스 판’과 1890년 ‘노박 판’이 가장 많이 연주되는데 지휘자에 따라 선호가 엇갈린다. 귄터 반트와 베르나르트 하이팅크는 ‘하스 판’을 주로 연주했고, 세르주 첼리비다케와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등은 ‘노박 판’을 즐겨 연주했다. 지휘자 정명훈과 서울시향은 이번에 ‘노박 판’을 택했다. 어느 판으로 연주하든지 ‘브루크너 최고의 역작’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작곡가 휴고 볼프는 브루크너의 교향곡 제8번에 대해 “영적인 차원에서나 발상의 웅대함에 있어서 모든 교향곡을 뛰어넘는 거작의 탄생”이라고 평가했다. 수많은 지휘자와 작곡가들이 숭배하는 브루크너 교향곡의 ‘우주적인 규모와 무한성’이 어떤 것인지 경험해 보고 싶다면 이번 서울시향의 연주회만큼 좋은 기회도 없을 듯하다. 김소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