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일·괴생물…올 여름 눕힐 공포가 온다

올여름 거대한 재앙이 스크린을 덮친다. 외화 대작의 한국 시장 공략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올여름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한국형 재난영화도 흥행전쟁에 가세한다. ‘해운대’와 ‘차우’다. 이 두 작품은 각급 학교 방학과 휴가가 낀 7~8월 여름 성수기에 개봉할 예정이다. 상황에 따라 맞대결 가능성도 있다. 과거 충무로에서 재난영화는 ‘그림의 떡’, 남의 떡이었다. 탐스러웠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 장르였다.

거대 예산과 첨단의 기술력이 필요한 때문이었다. 수마가 도시를 집어삼키거나 상상 속의 괴물이 빌딩 숲을 초토화하는 장면은 매력적이었지만 할리우드에서나 가능한 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괴물’ ‘디워’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진보된 한국영화의 제작역량은 본격 재난영화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올해 선보이는 두 편의 영화는 한국영화에 또 하나의 성취로 기록될 만하다.
 
먼저 ‘색즉시공’의 윤제균 감독이 메가폰을 든 ‘해운대’는 순제작비만 140억원대가 들어 총제작비는 무려 170억~180억원으로 예상되는 작품이다.
 
휴가철을 맞아 100만명의 인파가 운집한 해운대에 갑자기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하고 초대형 쓰나미가 몰려온다는 내용을 담는다.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등 캐스팅도 화려하다.
 
이 영화의 성패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쓰나미를 스크린에 구현하는 시각효과다. 제작사 JK필름(전 두사부필름)은 순제작비의 절반인 70억원을 컴퓨터그래픽(CG)과 특수효과 등에 썼다. 제작비 규모로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 필적한다. ‘괴물’은 순제작비 100억원 중 절반 정도인 46억원을 CG와 특수효과에 투입했다.
 
‘해운대’는 도시를 덮치는 초대형 쓰나미의 규모뿐 아니라 물결과 포말 등의 완벽한 재현을 위해 시각효과를 할리우드 회사에 맡겼다. 폴리곤엔터테인먼트다. 이 회사의 대표인 CG 프로듀서 한스 울릭은 이미 할리우드 물 재난영화인 ‘투모로우’ ‘퍼펙트 스톰’ 등의 시각효과를 맡았다.
 
제작진과 출연진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한 달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커너스튜디오 내 대형 수조세트에서 ‘물난리’ 장면을 촬영했다. 쓰나미가 덮치는 재난 상황은 영화 후반 40분간 본격적으로 담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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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감독 신정원·제작 영화사수작)는 평화로운 산마을에 잔혹한 살인 멧돼지가 출연하면서 일어나는 재난 상황을 담았다. 참혹하게 공격당한 희생자가 나타나면서 한 마을이 공포와 불안에 휩싸이게 되고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이들이 정체불명의 괴물인 살인 멧돼지 추격에 나선다. 순제작비 70억원을 포함한 총제작비가 90억~100억원에 이른다. 엄태웅 정유미 장항선 윤제문 박혁권 등이 출연한다.
 
공교롭게 이 영화의 CG 및 특수효과 또한 폴리곤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CG로 실제와 같은 효과를 만들어내는 데 ‘해운대’에선 물과 물결이 중요했다면 ‘차우’에선 털과 움직임이 관건. 살인 멧돼지는 몸길이가 2m에 이르는 실제 크기의 모형과 CG를 통해 스크린에서 잔혹한 괴물 생명체로 태어났다. 역시 큰 숲이 조성돼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촬영했다.
 
‘해운대’는 7월 중순을 전후로 개봉일을 조율 중이고, ‘차우’ 역시 비슷하다. 다만 두 영화 제작·배급사는 한국영화끼리의 맞대결은 피하자는 데 어느 정도 공감을 이루고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개봉할 가능성이 높지만, 한편으로는 올해 내내 신흥 라이벌 대결을 펼치게 될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의 경쟁도 볼 만하게 됐다. ‘해운대’는 CJ, ‘차우’는 롯데 배급작이다. 두 영화는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도 크다. 완성 전부터 해외의 주목을 받아 선판매됐다.

‘해운대’는 체코 터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15개국에 팔렸고, ‘차우’는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인도 태국 등지에 수출됐다. 재난영화는 전세계적으로도 팬층이 두터운 장르 영화인 만큼 향후 주요 해외 영화시장에서도 선전이 예상된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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