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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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은 24년이나 대중의 사랑을 받는 ‘현재진행형’ 가수다. 1985년 록밴드 ‘부활’ 1집으로 데뷔한 이후 대마초사건으로 방송 활동을 금지당했던 90년대 초 5년간을 제외하면 한번도 공백기 없이 꾸준하게 음악을 발표해 왔다.
 
한국 땅에서 이처럼 지속적으로 인기를 얻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수없이 명멸하는 가수들을 떠올리면 이해가 갈 것이다. 그만큼 소통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대중의 감수성을 읽고 시대의 트렌드를 흡수한 그의 능력은 탁월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최근 정규 10집 앨범 ‘뮤토피아’를 발표했지만 10집이 전부가 아니다. 미니앨범(EP)과 리메이크집, ‘.5집’을 합치면 무려 22장이나 된다.
 
드라마 OST로도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린 가수가 이승철이다. 2004년 이서진 이은주가 열연한 MBC 드라마 ‘불새’에 삽입된 ‘인연’은 당시 웬만한 정규음반 히트곡을 능가할 정도의 폭발력을 지녔었다. ‘로즈마리’의 ‘그냥 그렇게’, ‘에덴의 동쪽’의 ‘듣고 있나요’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등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승철이 OST를 부르면 드라마가 대박이 난다는 말도 생겼다.
 
초기에는 ‘희야’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등 애절한 록발라드로 소녀팬의 감성을 자극하더니 관록이 붙으면서 ‘긴하루’ ‘소리쳐’ 등 편안한 팝발라드가 어울리는 가수가 됐다. 이승철은 이 점을 의도하고 부르지는 않는다고 한다. 자신의 느낌 그대로 부르는 게 그의 방식이다.
 
이승철의 차별성은 록밴드 보컬 출신이면서도 록발라드보다는 주로 팝발라드를 불렀다는 점이다. 부활시절에도 귀를 때리는 기타 소리의 하드록에 절규하는 로커가 아니라 서정성이 짙은 목소리로 록발라드를 소화했다. 그의 노래는 애절은 하되 감정 과잉은 없다. 고음에서 감정을 터뜨려야 할 시점에, 목소리를 내질러야 할 시점에 오히려 힘을 뺀 채 절제하는 게 이승철의 매력이다. 힘을 뺀 목소리는 40대 중반에 이른 ‘관조적 창법’과 점차적으로 어울리면서 역설적으로 사골국 같은 짙은 감성을 우려낸다. 절규하듯이 애절하게 부르는 여느 발라드 가수에 비해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승철은 대마초로 방송활동을 못했던 그 기간이 독이 아니라 약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 사건이 없었다면 가수왕 몇번 하고 CF 일시적으로 많이 찍고 한 10년 전 끝났을 것”이라면서 “방송을 못 하니 공연을 닥치는 대로 했다. 그때 만났던 20~30대 팬들이 40~50대가 돼 아들, 딸과 함께 공연장에 온다”고 밝혔다. 이것이 5년 연속 예매율 1위의 ‘라이브 황제’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이승철은 10집에 무려 4억원의 제작비를 투입됐다. 불황일수록 역발상을 한 것이다. 선배가수로서 완성도 높은 음악을 내놓아 신뢰를 줘야 하고, 그런 책임감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고 했다.
 
10집은 팝발라드를 불러온 이승철이 록(록발라드)으로 귀환했음을 보여준다. 타이틀곡인 ‘손톱이 빠져서’의 자연스럽고 어쿠스틱한 사운드는 이승철이 그간 확립했던 발라드의 인기 공식을 깨고 또 한 번 새로움을 보여주려는 시도다.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변신하는 그의 모습은 항상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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