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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험적 미술까지 넉넉히 품어왔던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이 30주년을 맞아 특별전을 꾸몄다. 사진은 이미경의 ‘디렉터즈 컷’. 그러나 아르코는 공교롭게도 존폐기로에 처해 있다. ⓒ2009 Koreaheraldbiz.com | |
존폐기로 선 아르코미술관
옛 서울문리대 자리에 위치한 아르코미술관은 미술가들에겐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오늘날 미술계에서 맹활약하는 작가 중 적지않은 이들이 아르코를 디딤돌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공연예술이 주류를 이루는 대학로에서 ‘미술’의 기치를 드높였던 아르코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30돌을 맞은 시점에서 이 미술관은 존폐기로에 처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동숭동 아르코미술관은 오랫동안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으로 불리었다. 그간 이곳의 일부 전시는 다소 실험적이어서 대중과의 소통이 원활치 못한 편이었다. 인지도도 좀 낮았다. 정부가 대대적인 방향전환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 하지만 아르코는 1979년 개관이래 미술관이 태부족한 국내 현실에서 비영리 공공미술관으로써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전시를 지속적으로 열어왔다. 아르코만의 성격과 지향점이 있었던 셈. 그러나 문화부는 전남 나주로 이전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본관과 아르코미술관을 묶어 다장르 예술을 다루는 복합문화센터로 바꾼다는 복안이다. 두 시설을 연계해 공연, 시각예술, 문학을 아우르는 ‘대학로 아트센터’(가칭)를 하반기 만든다는 것. 따라서 아르코미술관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예술위원회측도 아르코미술관을 연극, 무용, 문학에 대폭 개방하는 새 활용전략을 짜고 있다. 그러나 비영리적 공공미술관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미술계는 크게 아쉬워하고 있다. 소장·중견 작가들의 문제적 작품을 소개하고, 참신하면서도 괄목할만한 기획전을 개최해온 공간이 사라지는 것은 큰 손실이라는 지적이다. 박천남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은 “아르코미술관은 그간 공공성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등 미술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미술계의 든든한 기반이 사라질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편 아르코미술관은 30돌을 맞아 ‘대학로 100번지’라는 제목의 기획전을 개막했다. 미술 본연에 충실한 진지한 작품들을 담고자 했던 아르코미술관의 30년을 되돌아보는 이 전시에는 이승택(80), 김구림(73), 이건용(67), 박불똥(53), 홍경택(41), 사사(40), 구동희(35) 등 원로부터 신진작가까지 30명이 참여했다. 대학로와 아르코미술관에 향수와 기억을 지닌 다양한 연령대 작가들이 총집결된 셈. 출품작도 그림, 설치, 퍼포먼스, 텍스트 등 다양하며, 30년의 궤적을 독특하게 조망해 관심을 모은다. 이를테면 사사는 ‘슬기와민’과 함께 30년간 아르코에서 열렸던 미술전시의 도록에서 인사말만 뽑아 보여주고 있다. 그 인사말 속엔 지난 30년간 한국 현대미술의 단면들이 켜켜이 녹아 있어 흥미롭다. 또 공간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꾸미는 설치미술가 박기원(45)은 미술관 벽면을 온통 투명한 에어튜브로 쌓았다. 이밖에 이승택과 이건용은 자신들의 작업세계를 하나의 퍼포먼스로 구현하는 등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했던 대학로의 붉은 벽돌건물 속엔 다채롭고도 도전적인 작업들이 꿈틀대 우리 미술계에 소금같은 역할을 했던 ‘아르코의 30년 여정’을 반추케 하고 있다. 02-760-4850 이영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