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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58만원 르베이지, 300만원 반클리프&아펠, 55만원대 제일모직 구호, 203만원 지미추, 100만원대 루이비통 ⓒ2009 Koreaheraldbiz.com | |
드라마 ‘내조의 여왕’ 김남주 패션 따라잡기
레깅스·원피스·카디건·플랫슈즈…평범한 아이템 센스있게 믹스&매치 사랑스러운 ‘미시 스타일’ 완성
단순하고 털털한 성격에맞게 천지애의 패션은 편안하면서도 경쾌하지만 은근슬쩍 세련미가 곁들여진 것이 특징. 단순한 미시룩이라기보다는 톡 쏘듯 상큼한 스타일링인 것. 극 중 천지애가 애용하는 패션 아이템은 레깅스와 원피스, 카디건 그리고 플랫슈즈다. 각각을 보면 여성이라면 누구나 하나씩은 갖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아이템들이다. 하지만 천지애는 이를 적절히 믹스 매치해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천지애 패션’을 만들어냈다. 이현주 르베이지(LEBEIGE) 책임디자이너는 “드라마 속 천지애의 패션은 여성스러운 면이 부각된 스타일로, 리본 블라우스를 입는다거나 스카프로 목선을 강조한 것이 도드라진다”며 “모든 아이템을 한 번에 내세워 부각시키기보다는 블라우스나 이너웨어에서 여성스러운 면을 강조하면서 재킷은 반대로 도시적인 이미지를 살려 비비드한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칫 어색하거나 칙칙해 보일 수 있는 스타일에 화려한 플라워 프린트의 플레어 스커트를 입거나 풍성한 리본 장식 블라우스를 곁들여 한층 화사한 스타일로 업그레이드된다는 것. 이너웨어와 재킷 간의 분위기 균형을 맞춘 코디는 발랄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스타일을 완성해준다. 무채색 계열의 재킷이나 트렌치코트를 입을 때는 반드시 밝은 색의 스카프를 챙겨 밋밋하지 않고 감각적인 패션을 연출했다. 지민주 구호(KUHO) 책임디자이너는 “다른 여배우들에 비해 김남주는 여러 아이템을 센스 있게 레이어링해 입는 스타일이어서, 아줌마 패션이지만 단품 코디를 즐기는 요즘 20대들에게 더 익숙하고 인기가 있다”며 “단품 코디가 시청자들에게 어려울 수도 있지만 부드러운 색을 ‘톤온톤’으로 매치하면 그것 자체로도 포인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극 중에 등장하는 다른 부잣집 사모님들과는 달리 천지애는 화려한 장신구보다는 편하게 두를 수 있는 스카프를 십분 활용하는 것도 두드러진다. 박진희 롯데백화점 영패션 MD(상품기획자)는 “평상시에 가볍게 입을 수 있는 차림이지만 코발트 블루나 체리 레드 같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톡톡 튀는 색상을 이용해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고 세련미를 더한다”며 “스카프를 액세서리 포인트로 활용하면 단조로운 디자인의 의상과 같이 코디해도 한결 상큼하고 어려 보이는 코디가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극 중에서 김남주가 여러 차례 휘날리며 등장했던 ‘프티 스카프’는 패턴과 색이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다.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블라우스와 원피스에 포인트를 줄 수 있고, 계절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예전엔 주로 10~20대 젊은 여성들이 애용하던 아이템이었지만 최근엔 ‘천지애 바람’을 타고 30~40대 여성들도 손바닥만 한 스카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G마켓에서 ‘천지애 스타일’로 검색하면 관련 상품이 자그마치 250여개나 주르륵 뜬다. ‘재수 꽃다발’로 불리는 양봉순의 스타일은 130여개 상품이 선보여지고 있다. 실제 드라마가 방영된 후 G마켓에서는 시폰 소재의 화려한 리본 장식 블라우스가 주간 평균 1600여건씩 판매되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증가한 수치다. 플라워 프린트, 기하학적 무늬의 날염 스커트도 700여건씩 소화되고 있다. 이애리 G마켓 패션총괄 차장은 “드라마 속 김남주와 이혜영의 패션 스타일은 30대뿐 아니라 20대 여성들에게도 이미 대세를 이루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며 “극 중 천지애의 복고패션 스타일은 촌스럽거나 부담스럽지 않고, 되레 사랑스럽고 세련된 느낌을 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옥션에서도 파스텔톤의 카디건과 원피스, 레깅스 등도 높은 판매율을 보이고 있고 날씨가 훌쩍 더워졌는데도 프티스카프는 하루평균 200장 이상씩 판매되고 있다. 강봉진 옥션 여성의류 카테고리팀장은 “일반적인 아줌마 패션에서 업그레이드된, 감각적이고 세련된 스타일”이라며 “화사한 패턴의 리본 블라우스에 심플한 니트 카디건을 덧입고 스카프로 포인트를 주는 천지애 스타일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상큼한 스타일이어서 더욱 반향이 크다”고 전했다.
윤정현 기자
‘밉상캐릭터’의 밉지 않은 성장기
천지애 신드롬 비결은…
‘내조의 여왕’을 연출한 MBC 고동선 PD는 이 드라마를 “주부의 신통방통한 사회 도전기”로 정의했다. 고 PD는”백수였던 남편이 우여곡절 끝에 대기업에 입사하고, 피튀는 경쟁속에서 조금씩 위를 향해 올라가는데 아내의 내조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면서”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에 관한 이야기라고도 하지만, 여고 동창들의 관계역전과 주부들이 사회에 한 발짝씩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말했다. 사실 천지애만한 ‘밉상’ 캐릭터도 드물다. 예쁜데다 잘난 척하고, 서울대출신 남편을 만나 팔자 한번 고쳐 보려는 속물 덩어리. 하지만 사회생활에는 젬병인 남편 탓에 ‘학교 퀸’에서 ‘백수 아내’로 전락한 천지애는 삶의 지혜를 터득하며 서서히 성장해간다. 자존심 센 천지애가 부장 사모님이 된 양봉순 앞에서 무릎을 꿇기도 하고, 이사 사모님에게는 손바닥이 닳도록 아부를 한다. 돈 1000원이 없어 집까지 터덜터덜 걸어 들어가는 천지애의 삶은 청년실업과 불황, 사회비리가 낳은 대표적인 부조리다. 그런 천지애를 김남주는 경쾌하고 사랑스럽게 뒤바꿨다. 형편이 여의치 않지만 손수 ‘리폼’한 옷을 명품처럼 걸치고, ‘토사구땡’을 천진난만하게 읊어대는 단순·무식·털털ㆍ귀여운 아줌마가 바로 천지애다. 대다수의 삼십대 기혼 여성의 삶을 가장 현실적으로 반영했다는 평이다. 남들에게 과시할만한 왕년의 기억을 안고 있으며, 경제적으론 어렵지만 나름(?) 소소한 멋을 부릴줄 알고, 남편의 성공을 위해 물심양면 애 쓰는 천지애는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평균적인 신세대 주부의 모습이다.
김윤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