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얼어붙은 수도관 때문에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물을 나르기 위해 먼 우물가를 수없이 왔다갔다하기도 했다. 특히 수도관이 얼어 터지기라도 하면 빙판길이 돼 엉덩방아를 찧기 일쑤였다. 그래서 집집마다 겨울철이면 수도관 동파를 방지하기 위해 전쟁 아닌 전쟁을 치러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겨울철 동파의 위험은 수도관뿐만 아니라 우리 몸 내부에도 있다. 바로 뇌혈관이다. 겨울철 날씨가 추워지면서 뇌혈관이 좁아지고 혈압이 상승해 뇌졸중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흔히 뇌졸중은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혈관이 터지면서 발생되는 뇌출혈로 분류된다. 뇌경색은 수도관이 꽁꽁 언 것이며, 뇌출혈은 수도관이 아예 얼어서 터져버리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뇌출혈에서도 고혈압 등의 원인으로 혈관이 터지면서 발생하는 고혈압성 뇌 실질 출혈과 뇌동맥류가 파열되면서 발생하는 뇌 지주막하 출혈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 지주막하 출혈은 파열 전 조기발견으로 예방이 가능하나,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고 인식도 부족한 실정이다. 뇌동맥류는 머릿속에 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있다가 어느 날 예고 없이 터져 신경학적 장애나 돌연사를 일으키는 무서운 질병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 속의 시한폭탄’이라 부른다. 환자들은 ‘머리에 천둥이 치는 듯한 통증’ ‘머리가 터지는 듯한 통증’ 등 한결같이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심한 두통을 호소한다.
뇌동맥류가 터지는 경우는 대개 갑자기 뇌혈관에 혈류량이 증가하는 것이 원인이다. 특히 배변 시, 싸움하는 도중, 갑작스러운 기온변화 등등으로 언제, 어떻게 파열될지 알 수가 없다. 일단 심한 두통이 발생할 때는 인근 병원에 빨리 가서 응급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뇌동맥류의 위험 인자로 흡연, 고혈압, 가족력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스스로 따져본 뒤 위험인자가 있다면 한 번쯤 뇌혈관을 검사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영상의학이 눈부시게 발달해 CT나 MRI를 이용한 혈관조영술로 파열 전 뇌동맥류를 찾아내기가 쉬워져 예방에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강희인 을지대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