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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중팔구 왕따. 하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이 남들을 따돌린다’고 생각하는 사람. 고깃집 6인용 테이블에서 혼자 완벽한 만찬을 즐길 수 있는 유아독존형 인간. ‘결혼 못하는 남자’(KBS 2TV)의 조재희는 이런 사람이다. 조재희를 기준으로 180도 고개를 돌리면 그곳에 지진희가 서 있다. 잠자리에 들 때도 말끔한 슈트 차림일 것 같은 남자. ‘대장금’ ‘오래된 정원’ 등에서 그는 매너 있고, 온화하고, 배려심 깊으며, 의리까지 있는 완벽남으로 자리 잡아왔다. “저 실은 완벽남 아니에요. 알고 보면 다양한 역할을 많이 맡아왔는데, 몇몇 드라마에서 그런 이미지가 굳어졌죠.” 지진희의 그간 행보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극명히 엇갈린다. 영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에선 양아치 만화가, ‘수’에선 복수의 화신을 연기했다. “일상적이지 않은 작품들,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역할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평범하고 반복적인 것에 쉽게 싫증을 내는 편이죠.” 하지만 브라운관에선 늘 일정 선에서 시청자들과 타협을 보곤 했다. ‘대장금’의 민정호, ‘스포트라이트’의 오태석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지진희다. “배우는 시청자가 찾지 않으면 소멸하는 직업”이란 게 그가 찾은 답이었다. 그래서 지진희에게 조재희는 도발에 가깝다. 안방 무대에서 슈트를 벗어던지고, 근엄한 갓도 쓰지 않은 채 처음 연기하는 괴짜남이다. 고깃집에 혼자 앉아 고기 한 점에 대한 희열을 다양한 표정과 몸짓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불쾌하기보단 불쌍한 사람이에요.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죠. 연애 한번 못해봐서 결혼도 필요없다고 생각하고요.” 마흔이 넘어서도 ‘결혼은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라고 바득바득 우겨대는 조재희와 달리, 지진희는 무명 시절부터 교제해온 아내와 행복한 가정을 꾸려오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구름 속의 산책’을 펴낸 지진희는 15일간의 이탈리아 여행에 아내를 대동했다. “평소에 함께 있어 주지 못하는 걸 늘 미안하게 생각해요. 이런 기회가 생기면 늘 아내와 동반하려 노력하죠. 사비를 털어서라도요.” ‘결혼 못하는 남자’는 일본에서 2006년 방영된 동명의 인기 드라마를 원작으로 삼았다. “워낙 일본서 성공했던 작품이라 흥행에 대해 큰 부담은 없다”면서도 “다만 지진희가 연기하는 조재희를 시청자들이 어떻게 볼까 궁금하다”며 초조한 속내를 드러냈다. 책 집필을 위해 와인리스트를 늘 끼고 살다시피 하던 그는 조재희를 ‘스파클링 와인 같은 남자’라고 말한다.
‘대장금’의 민정호가 신념과 자신감, 용기로 가득찬 묵직한 레드와인 같은 남자라면, 조재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큼남’이다. “늘 맡은 배역에 영향을 받는 편이에요. ‘대장금’ 땐 민정호처럼 살고 싶었고, ‘스포트라이트’ 땐 오태석이 멋져 보였고요. 이번엔 조재희처럼 통통 튀는 유쾌한 남자, 어울리나요?”
김윤희 기자 사진=박해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