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거북이 달린다’(왼쪽)와 ‘마더’(오른쪽) ⓒ2009 Koreaheraldbiz.com | |
‘거북이…”마더’ 속 경찰 야비하고 덜떨어진 모습 한국공권력 반영 씁쓸
‘무능력하거나 무기력하거나.’ 최근 한국영화 속 경찰의 모습이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거북이 달린다’와 흥행 행진 중인 ‘마더’에 등장하는 경찰은 딱 그 모습이다. 범인을 잡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엉뚱한 이에게 혐의를 씌우고 닦달하기 일쑤다. 늘 허둥지둥, 갈팡질팡한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지만 최근 경찰을 향한 국민의 곱지 못한 시선을 고려하면 마냥 웃고 지나칠 수만은 없는 스크린 속 풍경이다. ‘거북이 달린다’는 한 지방 소도시에서 한가롭게 근무하던 형사(김윤석 분)가 희대의 탈주범(정경호 분)을 만나 고약한 일을 당하면서 좌충우돌하는 액션드라마다.
동네 주민들에게 푼돈이나 뜯으며 지내던 중년 형사가 생활고에 쪼들린 아내의 채근에 못 이겨 한몫 벌어보겠다고 내깃돈을 건 소싸움에서 대박을 터뜨린다. 하지만 마침 마을에 숨어든 탈주범에게 돈을 다 털리고 흠씬 얻어터지는 망신까지 당한다. 경찰로서, 가장으로서 자존심을 걸고 탈주범을 쫓지만 경찰들은 그의 노력을 외면한다. 결국 그는 알고 지내던 동네 사람들과 범인 검거에 나선다. ‘마더’에는 봉준호 감독의 또 다른 출세작 ‘살인의 추억’에서만큼이나 덜 떨어졌지만 한편으로 야비한 경찰들이 등장한다. 물증이 없는 피의자에게 윽박지르고 폭력을 행사하기 일쑤다. 그나마 ‘살인의 추억’보다 나아진 게 있다면 이제는 마음대로 사건 현장을 뒤엎어놓진 않는 정도다. 봉 감독은 극 중 인물의 입을 통해 “요새 형사들도 테레비에서 CSI 같은 걸 봐서…”라고 농담까지 던진다. 결국 경찰의 도움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사건의 당사자들은 스스로 범인 찾기에 나선다. ‘마더’는 모자란 아들에게 씌워진 살인 누명을 벗기기 위해 나선 한 어머니의 사투를 담았다. 봉 감독은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등 그의 모든 장편 영화에서 경찰이나 권력을 비판적으로 묘사했다. 늘 민중의 고통과 호소를 외면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그들에게 폭력으로 군림하는 ‘민중의 지팡이’를 다룬다. 결국 등장 인물들이 의지할 것은 경찰이 아니라 자신과 가족뿐이다. 최근 3편의 영화가 모두 ‘소녀를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에 대해 말하는 것도 흥미롭다. 3편의 영화에서 소녀들은 하나같이 교복을 입은 채 죽어간다. 기성사회와 권력은 가장 약자인 소녀를 보호하지 못하고 집단적이거나 변태적인 폭력에 의해 희생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 2009년의 한국 경찰, 현실에서도 스크린 속에서도 곤혹스럽기만 하다.
이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