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촌 소년 발레리노 브로드웨이를 평정하다


▲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 출연한 세 명의 ‘빌리’가 7일(현지시간) 오후 개최된 제63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나란히 남우주연상을 수상을 축하하며 엘튼 존과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데이빗 알
바레즈, 엘튼 존, 키릴 컬리시, 트렌트 코왈릭. 뉴욕=로이터연합뉴스
 
ⓒ2009 Koreaheraldbiz.com

지난 7일(현지시간) 오후 개최된 제63회 토니상 시상식이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의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웨스트엔드 태생의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1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작품상을 포함, 10개 부문을 휩쓸었다.

브로드웨이 관계자들은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매진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빌리 엘리어트’가 이번 수상을 계기로 시장 전체에 강력한 활력을 불어넣어 주길 기대하고 있다.  

토니상은 1947년 브로드웨이의 전설적인 여배우 앙투아네트 페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미국의 극장 및 제작자연맹에 의해 창설됐다. 처음에는 ‘A.페리상’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앙투아네트 페리의 애칭을 따서 ‘토니상’으로 정착됐다.

연극과 뮤지컬 장르에 걸쳐 매년 5월 말부터 6월 초에 후보작과 최종 수상작이 발표되고 시상식이 거행된다. 수상작은 배우, 연출가, 제작자, 기자 등 750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투표로 선정된다.

올해 토니상은 빌리의 독무대
 
브로드웨이의 역사에서 2008~2009시즌은 아마도 ‘빌리 엘리어트의 해’로 기억될 듯하다. ‘빌리 엘리어트’는 뮤지컬 장르에서 작품상, 연출상, 안무상, 남우주연상, 무대장치상, 조명상, 음향상, 편곡상 등 10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영국 북부 탄광촌을 배경으로 11세 소년 빌리가 권투 수업 도중 우연히 발레 레슨에 참가했다가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발레리노의 꿈을 이뤄나간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여기에 엘튼 존의 아름다운 음악과 주인공 소년의 역동적인 발레가 더해져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연극 장르의 작품상은 ‘대학살의 신(God of Carnage)’이 수상했다. 이 작품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벌인 싸움 때문에 언쟁을 벌이는 두 부모 커플의 이야기로, 익살맞은 영국 인형극 ‘펀치 앤 주디 쇼’를 연상시킨다. 이 밖에 리바이벌상 뮤지컬은 ‘헤어(Hair)’, 리바이벌 연극상은 ‘노르만 정복(The Norman Conquests)’에 돌아갔다.
 
뮤지컬 남우주연상은 ‘빌리 엘리어트’에서 빌리 역을 맡은 세 명의 아역 데이빗 알바레즈, 트렌트 코왈릭, 키릴 컬리시에게 돌아갔으며 연극 남우주연상은 ‘왕은 죽어가다(Exit the King)’의 조프리 러시가 수상했다. 뮤지컬 여우주연상은 ‘넥스트 투 노멀(Next to Normal)’의 앨리스 리플리, 연극 여우주연상은 ‘대학살의 신’의 마샤 게이 하든이 받았다.
 
전반적으로는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건너온 작품들이 작품상을 비롯한 여러 부문을 독식해 ‘영국산(産)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뮤지컬 장르에서는 ‘빌리 엘리어트’의 독주를 따를 자가 없었고, 연극은 ‘대학살의 신’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완성도 높은 여러 작품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2009년 토니상 최고의 화제작 ‘빌리 엘리어트’는 총 제작비 135억원에 준비기간 2년, 1차 공연기간만 6개월에 이르는 초대형 뮤지컬로 내년 8월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영국 런던, 미국 뉴욕, 호주 맬버른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다.
 지난 2월 1차 오디션에서 발탁된 ‘빌리 후보’들은 현재 기초체력 증진과 발성, 춤, 화술 등 기본 프로그램을 이수중이며, 8월 중으로 2차 오디션을 치른다. 최종 오디션에서 선발된 빌리 6명, 마이클 4명 등 총 10명(언더스터디 포함)은 1년간 심화교육 과정을 거쳐 무대에 오른다.
 
브로드웨이, 불황에도 꿋꿋이
 
경기 침체로 공연 투자가 줄어서 일부 공연이 중도 하차했다느니, 티켓 매출이 급감했다느니 하는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브로드웨이는 아직 건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미 극장 및 제작자 연맹인 ‘브로드웨이 리그(The Broadway League)’는 브로드웨이 극장가가 뉴욕시에 연간 51억 달러(6조 3980억원) 규모의 경제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단순 티켓 판매액 이외에 연간 4만 4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브로드웨이 티켓 판매량은 지난 시즌 대비 1227만장에서 1215만장으로 약 12만장 가량 감소했으나, 매출 총액은 600만 달러가 증가한 9억 433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06~2007년 시즌에 비해서는 500만 달러(62억 7500만원) 가량 증가한 수치다.
 
김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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