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쭈뼛 그런데.. 왜이리 웃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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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일으키듯 깜짝 깜짝 놀라면서 웃을 수 있는 경험은 쉽지 않다.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뒤통수가 서늘해지면서도 입으로 새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는 기이한 체험. 할리우드에서 건너온 판타지호러 ‘드래그 미 투 헬’은 관객에게 매번 상상을 넘어서는 장면과 순간들을 제공한다. 100분간 극한의 공포와 유머를 제공하는 롤러코스터다. 꼭대기에서 비명이 터지고, 밑바닥에서 웃음이 폭발한다.

이 영화의 감독은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총아가 된 샘 레이미다. 그가 ‘처음’으로 되돌아갔다. 할리우드 B급 공포영화의 바이블이 된 ‘이블 데드’ 시리즈의 그때 그 샘 레이미로 말이다.
 
성실하고 친절한 은행 대출 상담원인 크리스틴(알리슨 로먼)이 주인공이다. 비어있는 팀장 자리를 두고 유난히 뻔뻔스럽고 야비한 남자직원과 경쟁한다는 것 말고는 평온하고 명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이다. 젊은 나이로 교수가 된 능력있는 남자 친구, 자신을 끔찍이도 위해 주는 연인(저스틴 롱)과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창구에 불쌍한 집시 노파(로나 라버)가 찾아온다. 은행빚을 못 갚아 평생 살던 집을 빼앗길 처지에 있는 노파는 크리스틴에게 대출기간을 연장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마음씨 좋은 크리스틴은 노파의 청을 들어주려 하지만 곧 있게 될 팀장 인사가 걸린다. 고민끝에 대출 연장을 거부하고, 모욕당한 노파는 크리스틴에게 저주를 퍼붓는다. 사흘간 끔찍하게 괴롭히다 결국 지옥으로 끌고 간다는 악마 ‘라미아’의 저주다. 크리스틴의 악몽이 시작되고, 악령과의 피할 수 없는 싸움이 벌어진다.
 
이 영화는 비교적 저예산으로 만들어졌음에도 음향, 음악, 미술, 영상 등 면면이 화려하다. 현란하되 과잉되지 않는다. 모든 요소들이 공포의 창조에 기여한다.
 
악령은 가장 추악하고 잔혹하며 기괴하고 사나운 모습으로 주인공의 일상을 습격한다. 벌레가 들끓으며 눈알이 튀어나오고 피와 체액이 쏟아지며 살점이 튄다. 단추나 동전, 목걸이 같은 소품조차도 예사롭지 않고 바람소리, 문소리, 고양이 울음소리는 섬뜩하다. 추임새를 제대로 넣는 음악과 음향은 눈을 감고 들어도 짜릿할 정도로 드라마틱하다.
 
이 영화는 악령이 아가리를 벌리고 선 어둠 속으로 관객들을 밀어넣는다. 언제 어디서 악마의 기운이 차가운 뱀처럼 몸을 휘감고 들어올지, 망령이 흉포한 이빨을 목덜미에 박아 넣을지 모른다. 하지만 불을 켜고 나면 겁먹은 표정이 더 우스꽝스럽듯이 악령과의 육박전은 너무 진지해서 우습고, 엉뚱한 방향으로 튕겨나가는 난투극은 대개가 어처구니없이 끝난다. 허무하기까지 한 마지막 반전까지, ‘무서운데 왜 이렇게 웃긴거지?’라는 반문이 절로 나올 만한 작품이다. 1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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