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럭하는 영남 토닥이는 유라… 청취자는’우리식구’

“아니 이게 도대체 말이나 됩니까?”
 
조영남이 울분을 토한다. ‘버럭 영남’답다. “글쎄 말이에요.” 최유라가 맞장구를 친다. ‘지금은 라디오시대’(MBC라디오)는 ‘버럭 영남’과 ‘수습 유라’의 황금 콤비쇼다. 다혈질 남편과 능수능란한 아내를 보는 듯하다.
 
“영화 ‘라디오스타’를 보고 라디오 DJ를 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박중훈 씨처럼 형식에 얽매지 않고 자유롭게 진행해보고 싶어서. 영월만 해도 그게 가능할 것 같은데 여기 MBC는 방송사가 너무 커요.”(조영남)
 
딱 한 가지 금기를 깬 분야가 있다. “방송에서 화 내는 거. 그거 할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유일한 것 같아요. 허허.”(조)
 
물론 믿는 구석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방송을 잘하는 여자”라고 치켜세우는 최유라다. 최유라는 분위기가 끓기 시작하면 찬물을 조금 섞었다가, 미지근해진 분위기에 다시 온기를 불어넣는다.
 
“최유라는 귀신이야 귀신.” 조영남이 혀를 내두른다. 게스트와 한참을 웃고 떠들다가도 온에어 시간이 다가오면 귀신같이 대본으로 돌아간다. “시계를 보지 않아도 그냥 감이 와요. 저도 모르게….”(최유라)
 
최유라는 올해로 꼬박 라디오 진행 20년째다. 그동안 거쳐간 ‘남편’만 일곱 명. 서세원 황인용 이종환 이재용 이윤철 전유성을 거쳐 지금의 조영남을 만났다. 최유라가 말하는 진정한 내조는 ‘남편 띄우기’다. “이 남자를 어떻게든 띄워야겠다고 다짐하면 저도 덩달아 떠요. 남편처럼 친해지기, 슬쩍 빠져주기, 맞장구쳐주기 등이요.”
 
줄곧 청취율 1, 2위를 다퉈온 프로그램인 만큼 치열한 성공 스토리가 나올 법했다. 방송 직전에야 깔깔대며 스튜디오에 입성하는 그들은 얄미운 전교 1등생처럼 여유만만하다. 청취자 사연은 매번 즉석에서 바로 읽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미리 읽으면 생방송에서 ‘준비된’ 감정이 나오거든. 진행자도 사연을 진짜로 즐기자는 생각이에요. 웃기면 웃고, 슬프면 울고.”(조)
 
목소리에 감정을 입히고, 때로는 성대모사도 불사한다. 맛깔나게 사연 읽기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유라와 ‘일곱 남편 중 이종환 씨 다음으로 편지를 잘 읽는’ 조영남이 만났으니 ‘우린 진짜 좀 타고난 것 같아’라는 자화자찬이 조금도 과하지 않다.
 
물론 그 실력이 하루 아침에 쌓인 것은 아니다. 조영남은 사회문화 방면에 두루두루 관심이 많기로 유명하고, 최유라는 매주 두 권 이상 책을 읽는다. 올해 초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에 진학한 최유라는 요즘 한창 학구열을 불사르고 있다.
 
스튜디오에서 막 받아든 청취자 사연에 배꼽이 빠져라 웃어 젖히다가도, 안경을 벗어든 채 눈물을 훔쳐낸다. “최근엔 이런 사연도 있었어요. 꽃배달하는 분이 장례식장에 꽃을 들고 갔는데, ‘아직 안 돌아가셨으니까 잠깐만 기달려달라’는 전화를 받은 거예요. 장례식장 앞에서 꽃을 들고 기다리고 서 있는데, ‘누군가가 얼른 세상을 뜨길 바라고 서 있으려니 왠지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는 얘기였어요.”(최)
 
“지난 3년간 황석원의 ‘소나기’, 김유정의 ‘봄봄’ 같은 단편소설을 수백 편 읽은 것 같아요. 문학작품을 방불케하는 사연이 매일 읽다 보니까, 인생공부도 많이 한 것 같고.”(조)
 
두 진행자에게 청취자는 ‘식구’다. 집에서 직접 담근 청국장, 뒷마당에서 막 따낸 못생긴 땡감을 바리바리 싸서 스튜디오로 보내곤 한다. 선물이라기보다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식구끼리 사이좋게 나눠먹는 것 같다. “집에 할머니와 딸 하나밖에 없어요. 근데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식구가 참 많아진 느낌이에요. 내 편도 많이 늘었고.”(조)
 
“진행자와 청취자가 서로 감싸주는 거예요. 왜, 식구끼리는 그렇잖아요. 조영남 씨가 말실수를 해도 다혈질 아빠, 덜렁대는 오빠로 생각하는 거죠.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이해해주고 마는 거요.”(최)
 
조영남은 최근 국내 최초 ‘조퇴 방송’을 했다. 공연 준비차 조금 일찍 방송국을 나섰는데, 최유라가 ‘오늘, 아버님 조퇴하셨습니다’라는 말을 하기가 무섭게 청취자가 포복절도했다. 그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언행에 청취자는 후한 점수를 줬다.  
 
‘라디오스타’의 박중훈은 될 수 없지만, 딱 한 가지 더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국내 최초로 스튜디오 문을 열어놓은 채 진행을 하는 것. “아니, 왜 스튜디오 문을 꼭 닫아놓은 채 방송을 해야하는 겁니까. 방송사고가 날 수도 있어서 그렇다는데, 저는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한 방송이 더 솔직하고 자연스럽다고 봐요. 난 꼭 한 번 해보고 말거야.”(조)
 
“저요? 당연히 같이 해야죠. 조영남 씨 혼자선 안된다니까요.”(최)

김윤희 기자
사진=박해묵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