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X.Y WINE

‘S’weet 달콤한 화이트와인 인기
‘EX’treme 아주 비싸거나 싼 가격
‘Y’oung 20~30대 마니아층 확산

올여름 거리는 화려한 섹시 패션이 대유행이다. 역사상 가장 짧은 22㎝ 길이의 아슬아슬한 초미니가 등장했다. 뒷굽 높이 10㎝ 이상의 아찔한 킬힐도 여성 패션의 ‘핫(hot)’ 아이템이다. 불황으로 우울해질수록 섹시미로 ‘나’를 돋보이려는 ‘섹시홀릭(Sexyholic)’의 영향이다. 본지는 와인전문유통사 와인나라와 수입사 금양인터내셔널, 롯데백화점 등과 함께 상반기 와인 소비성향의 키워드를 ‘섹시(SEXY)’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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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맛(Sweet)과 가격의 양극화(EXtreme), 그리고 젊은층(Young)의 첫자를 딴 것이다. 상반기 와인 소비에서 불황 스트레스를 날려줄 달콤한 화이트 와인의 급부상은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선호 가격 면에선 뚜렷한 양극화를 보였다. 5만원 미만의 저가품과 15만원 이상 고가품이 모두 반응이 좋았다. 반면 5만~15만원대 중가 와인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아울러 와인 소비층은 20~30대로 갈수록 젊어지는 추세다.

▶달콤한 와인이 뜬다
 
국내 와인시장은 그동안 레드 와인이 강세였다. 특히 진한 탄닌과 묵직한 알코올감의 칠레 와인이 인기 절정이었다. 그러나 올 상반기에는 화이트 와인, 그 중에서도 달콤한 와인이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속속 꿰찼다. 이례적인 현상이다.
 
화이트 와인의 이 같은 급부상은 무더위와 더불어 여성 고객의 증가, 불황 스트레스에 따른 단맛 선호도 상승 등 삼박자가 맞물린 결과로 와인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박신애 와인나라 양평점 점장은 “원래 날이 더워질수록 화이트 와인이 주목받는데, 올해는 여성 소비층이 늘면서 인기를 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까스데로 델 포지오 모스카도 다스티’를 수입하는 롯데주류BG 측은 작년과 비교해 최대 3배 정도 판매량이 늘었다고 전했다. 신동와인의 ‘모란도 모스카토 다스티’와 ‘피오체사레 모스카토 다스티’도 지난 2006년에 비해 매출이 배정도 뛰었다.
 
백화점 와인 매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안재호 롯데백화점 식품MD팀 주류CMD는 “상반기 전체 와인 판매량은 제자리 걸음인 반면 스위트 와인은 25~30% 정도 매출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백화점의 지난 1~5월 판매량 ‘톱텐’ 에서도 달콤한 와인이 절반을 휩쓸었다.

▶저가·고가 와인 동시에 인기
 
가격 면에선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와인나라의 3만원대 미만 저가 와인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에 비해 2%포인트 상승했다.
 
20만원 이상의 고가 와인도 비중이 1%포인트 높아졌다. 대신 5만~10만원 사이의 중고가 와인은 2%포인트 뒷걸음질쳤다. 유영미 와인나라 SFC점장은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편인데, 손님은 줄지 않았지만, 객단가는 내려갔다”면서 “4만~5만원대 중저가 와인을 주로 구매하던 이들이 1만원 정도 눈높이를 낮추는 추세”라고 전했다.
 
롯데백화점 와인매장에선 3만~5만원대와 20만원대 이상이 잘 팔린다. 7만~15만원대 제품은 손길이 뚝 끊겼다.
 
황인성 와인나라 마케팅 본부장은 “중산층의 몰락으로 소비의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면서 “와인 역시 이같은 불경기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가 와인과 더불어 고가 와인의 강세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와인 전문가들의 견해다. 신세계 등 대기업의 진출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와인 가격의 거품이 서서히 걷히고 있기 때문이다.

▶와인 소비자 젊어졌다
 
그간 와인의 핵심 소비층은 40~50대 남성이었다. 이들은 이른바 ‘와인세대’로 불리며 와인 소비 트렌드를 주도해왔다. 그러나 이제 20~30대 젊은층이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와인나라의 상반기 연령별 매출 비중에서 이들은 55%로 최고의 ‘큰손’ 고객이었다. 특히 30대는 43%로 지난해보다 8%포인트나 껑충 뛰었다. 와인 소비에 소극적이었던 20대 소비자도 지난해 9%에서 12%로 두자릿수를 돌파했다.
 
이처럼 젊은 와인 고객이 늘어나는 것은 웰빙 바람으로 저도수 주류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와인 대중화의 방증으로도 읽힌다.
 
황 본부장은 “젊은층과 여성 소비층의 등장은 국내 와인 시장이 더욱 커질 전조”라고 말했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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