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보다는 내실 다지기’

한인은행권 3분기 결산

금융위기가 바닥을 쳤다는 징후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2009년 3분기가 마무리됐다. 미래은행이 폐쇄되는 등 굵직한 일을 겪어온 한인은행계는 3분기에도 큰 실적 호전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위기관리 능력을 계속 보여주고 있어 상반기에 비해서는 여러모로 긍정적인 면을 보여줄 수는 있을 것이다.
 
3분기에는 주택시장이 어느 정도 바닥다지기에 들어간 분위기였다. 월스트릿에서는 부실유가증권 가격이 상승세를 타면서 은행의 자산 가치 상승을 가져와 주류 대형은행들의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분기에 은행 보유 상업용 모기지 연체율이 지난해에 비해 2배로 늘어나는 등 여전히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위기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주택 보다는 상업용 대출 의존도가 높은 한인은행들의 실적이 3분기에도 크게 호전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올 상반기와 같은 수직하락이 아닌 앞으로 도약을 위한 발판이라고 평가할 만한 수준의 실적은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올들어 지속적으로 상업용부동산 대란에 대비해 온 한인은행가는 3분기에도 외형 보다는 내실을 다지면서 건전성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일부은행들은 의도적인 디레버리징 전략을 통해 몸집 줄이기를 해왔다. 올 연말까지는 이 전략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자본비율이 크게 떨어진 몇몇 은행이 3분기 실적에서 과연 반전 기미를 보여 줄 지, 또 필요에 의해서든 감독국의 요구에 따라서든 증자를 이뤄낼 수 있을 지 여부가 가장 큰 관심거리다.
 
대부분의 한인은행들이 현재 증자를 추진하고 있지만 자본시장이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어서 여러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한미은행은 3분기에 690만달러 증자에 일단 성공했다. 나스닥 상장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는 한미는 추가 증자를 올해안에 성공시킬 지가 관건이다.
 
한미에 이어 자산 규모 2위인 나라은행과 미래은행을 인수한 윌셔은행이 3분기 실적발표에서 자산규모 순위 바꿈을 할 지 또한 지켜볼 일이다. 2분기 기준 나라의 자산은 32억5771만달러이고 윌셔는 31억7088만달러다. 예금고에서는 윌셔가 나라보다 근소한 차로 앞서 있다. 특히 나라와 윌셔는 지난달 나란히 증자를 위한 일괄신고서(Shelf Registration)를 감독국에 제출한 점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금융위기로 시작된 한인은행들의 구조조정은 3분기에도 계속 됐다. 나라, 윌셔, 중앙 등이 감원과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중앙은 일찌감치 유재환 행장의 연임을 결정하면서 조직 단결력을 다졌고 나라는 바니 이 전무가 복귀하면서 내실 다지기와 대외 홍보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 갖가지 부정적인 소문을 잠재우고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한인은행들은 3분기에 금융상품의 홍보 보다 은행 이미지를 끌어 올리는 마케팅과 고객 서비스에 집중했다. 이러한 마케팅이 실적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도 지켜볼 일이다. 

성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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