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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성용씨가 지난 6일 LA 롱비치에 있는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 본부에서 테드 링글 이사로부터 큐그레이더 자격증을 받은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09 Koreaheraldbiz.com | |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가 뭔지 아세요? 비오는 날 갓 구워낸 커피원두로 내린 드립커핍니다. 과일향이 나는 원두를 까맣게 볶은 커피에서 약간 신맛이 나며 입안을 감돌아 혀의 이곳저곳을 자극하는 그 맛에 반해 커피를 공부하기 시작했지요.”
한국인 큐그레이더 3호가 된 길성용씨는 낯 익은 인물이다. 그는 LPGA 골프에서 한국여성의 신화를 쓴 박세리의 매니저였다. 박세리가 1998년 LPGA 신인으로 US여자오픈과 맥도널드 챔피언십 등 두개의 메이저타이틀을 석권하며 스타덤에 오를 당시 1년간 매니저를 맡아 당시 클린턴 대통령 부부와 백악관에서 식사까지 같이 했던 바로 그 사람이다.그가 스포츠기자 생활을 거쳐 한국에 돌아가 건설업에 종사한다는 소식은 간간이 들었으나 뜬금없이 커피전문 감별사 큐그레이더 자격증을 따서 나타났다.
“한국에서 건설업을 하면서 생활에 여유는 찾았는데 뭔가 허전했지요. 그러다 커피에 빠져들었습니다. 나이 들어서도 취미삼아 할 수 있겠다 싶어 큐그레이더 시험을 준비했고, 3개월여 동안 훈련과 공부를 거쳐 자격증을 받았지요.”
길씨는 커피 큐그레이더로서 비즈니스를 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최근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인 커피산업계의 발전을 위해 한몫을 거들겠다는 일념 뿐이라고 말했다.
“큐그레이더 시험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영어로 치러야 하기 때문에 한국사람들이 도전하기에 한계가 있었던 것같아요. 제가 직접 유럽과 미국을 다니며 큐그레이더 시험의 모든 과정을 체험해보니 얼마든지 기회가 많습니다.큐그레이더가 많이 배출되면 한국의 커피산업도 세계화될 겁니다.”
길씨는 지난달 말부터 아칸소주 로즈버드에서 5일 동안 22개 과목의 큐그레이더 시험을 본 끝에 합격했다. 세계에서 커피로스팅의 대가로 꼽히는 마티 커티스의 감독을 받으며 친교를 쌓아 영어로 치르는 큐그레이더 시험에 한국어 통역이 배석해도 되는 뜻밖의 수확을 얻어냈다.
“오는 12월 4일부터 11일까지 로즈버드에서 한국어 시험을 볼 수 있는 일정을 잡았습니다. LA에 있는 한인들 가운데서 응시 희망자가 있으면 롱비치에 있는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 본부에서도 시험을 볼 수 있습니다.그땐 제가 통역을 맡을 수도 있지요.”
길씨가 이번에 손에 쥔 커피 전문가 자격증은 3개다. 포도주의 맛을 감별하여 상황에 맞은 포도주를 추천하는 소몰리에와 같이 커피의 독특한 맛을 구분해주는 스타커퍼(Star Cupper), 스타커퍼와 같은 기능을 하면서 커피대회에서 심판관을 할 수 있는 자격증인 SCAA 커핑저지(Cupping Judges), 그리고 스타커퍼와 커핑저지의 역할에 커피를 감별해 등급을 매기고 점수를 주면서 생두및 원두 가격대를 결정하는 큐그레이더 등이다. 한국사람으로서 이 3종의 공인자격증을 동시에 가진 사람은 길씨가 유일하다.길씨는 이미 개인블로그(cafe.naver.com/qgrader)를 개설, 큐그레이더 양성에 팔을 걷어부쳤다.
이명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