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소기업 대출 전문 금융기업 CIT그룹이 1일 뉴욕의 파산법원에 파산보호(챕터 11)를 신청했다. CIT그룹의 파산보호 신청은 몇달 전부터 예견돼온 것이어서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101년 역사의 CIT그룹은 710억달러 규모의 자산과 649억달러 부채를 가진 미국의 20위권 금융기업이지만 파산보호 규모는 리먼 브러더스 홀딩스, 워싱턴 뮤추얼, 월드컴, 제너럴모터스에 이어 미국 역사상 5번째로 크다. 지난해 말 연방정부로부터 23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CIT는 지난 여름 자금사정이 악화하면서 정부에 추가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 당한 이후 채권자들과 구조조정을 위한 협의를 벌여왔다. CIT는 채권자들과 300억달러에 달하는 채무 재조정 협의에는 실패했지만 최대 채권자인 칼 아이칸이 파산보호 과정에서 10억달러를 지원하는 것 등을 조건으로 하는 사전조정 파산보호에 들어갔다. 사전조정 파산은 경영진과 채권자 등이 구조조정 방안과 함께 파산을 신청하는 제도다. CIT는 성명을 통해 90%의 채권자가 사전조정 파산계획을 선택했고, 이를 통해 100억달러의 채무가 경감될 것이라고 밝히고 앞으로 2개월 정도의 기간에 파산보호에서 벗어나 회생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IT의 제프리 피크 최고경영자(CEO)는 CIT의 구조조정 절차가 중소 사업체 고객들에게 계속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혀 핵심사업부문인 팩토링 등 중소기업 대출영업은 지속될 것임을 설명했다. CIT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기존 주주들의 주식은 휴지 조각이 될 전망이다.이에따라 연방정부가 작년 말 CIT에 우선주 지분 확보 형태로 지원했던 23억달러의 공적자금도 상당부분 날아가 버릴 것으로 보여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 중 첫 손실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재무부도 CIT에 투입한 구제금융의 상당부분을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날 밝혔다. 분석가들은 CIT가 30만개 이상의 소매상들에게 물건을 공급해온 2천여 납품업자(벤더)들에게 단기 대출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렇잖아도 경기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도소매업 분야에 유동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편 한인팩토링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CIT와 자금거래를 하고 있는 제너럴 금융의 고동호 대표는 1일 “수개월 전부터 CIT의 어려움이 공표돼왔던 만큼 자체적으로 6백만달러 규모의 예비적인 충당금을 확보해놓고 있다”며 “CIT그룹의 사업 부문들 가운데 가장 핵심적이고 우량적인 팩토링금융 부문의 운영은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뉴욕/연합·성제환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