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문을 연 2009년. 한인들에게는 그 어느 해 보다도 힘들고 어려운 한해였다.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시작한 올해 초 한인들은 참정권 부여와 함께 WBC와 김연아로 인해 불황 속에서 잠시 웃음을 찾을 수 있었지만 이후 계속된 불황에 신종플루, 그리고 전직 대통령의 서거와 한인은행의 최초 파산이라는 충격파에 시달렸다. 하반기들어 한인 경제는 불황을 이겨내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힘을 모으면서 한인타운 재정비 계획이 수립되는 등 2010년 도약을 위해 분주했다. 한인사회와 경제현상을 중심으로 헤럴드경제가 선정한 10대 뉴스를 모았다.
환율상승으로 인한 환테크 및 바이 코리아 열풍
지난해말 부터 상승한 환율로 인해 올해 초 한인사회에선 한국으로 투자하는 환테크와 바이코리아 열풍이 불었다. 올 초 상승세를 유지하던 환율은 한때 1534원까지 상승하면서 최근 11년사이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로인해 한인들의 한국으로 송금이 크게 늘었고 한국내 증시와 부동산 투자가 붐을 이뤘다. 특히 지난 여름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한국으로 유입된 해외교포들의 돈은 총 16억1340만달러를 넘었다. 반면 이러한 상승세에 유학생들은 울상이 됐고 적지않은 수가 학업을 포기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3월부터는 환율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9월에는 1200원대도 붕괴됐다. 하지만 다시 한국에서 미국으로 돈을 가져오려는 한인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불안정한 환율과 미국 부동산시장의 회복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아 더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주를 이뤘다.
영주권자도 투표한다 – 해외동포 참정권 부여
영주권자들에게도 한국 투표권을 주자는 법안이 1월 한국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잠정합의된 뒤 한국시간으로 2월 5일 240만명에게 대통령선거와 총선 비례대표 투표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재외국민투표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국회는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과 국민투표법, 주민투표법 등 3개 법안을 국회 정치개혁위원회가 의결한 원안 대로 처리했다. 이후 한인사회에서는 축하행사가 이어지는 등 크게 반기는 분위기와 함께 아직 풀리지 않은 우편투표 등 보완책을 통과시키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LA 불황 잊게 만든 스포츠 열기 – WBC, 김연아 열풍
올해 한인사회를 가장 크게 웃게 하고 불황에 대한 걱정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것은 WBC야구 대표팀과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 였다. 우선 지난 3월 열린 WBC는 한인들을 한창 야구열기에 몰아 넣었다. 특히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간의 결승전에는 한인들이 대거 찾으면서 WBC사상 한경기 최다관중인 5만4천명이 입장을 했다. WBC는 타운내 관광, 요식, 마켓, 의류업체 매출이 상승하는 효과도 발생하는 등 경제적인 효과도 무척 컸다. WBC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이번엔 ‘피겨 요정’ 김연아가 한인사회를 다시 달궜다. 김연아는 지난 3월28일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벌어진 세계피겨선수권에서 207.71점이라는 세계신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김연아의 연기를 보기 위해 많은 한인들이 티켓 구입 경쟁이 벌였고 일부 업체들은 티켓을 이용한 마케팅을 펼쳐 큰 재미를 보기도 했다.
한인기업 최초 한국증시 상장 추진
지난 11월 6일자로 한인기업인 뉴프라이드코퍼레이션(New Pride Corp.)이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접수했다. 뉴프라이드가 상장이 되면 한인기업으로서는 물론이거니와 미국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증시에 상장이 되는 것이다. 이번 상장은 최근 현지의 휴마틴 증권사를 인수, 미국 시장에 진출한 골든브릿지파이낸셜 그룹이 지난 4월부터 담당해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이번 달에 한국거래소에서 실질 심사에 들어갔으며 빠르면 내년 2월에는 공식적인 미국기업의 첫 상장이 이뤄질 수 있을 전망이다. 뉴프라이드는 한인 에드워드 김 대표가 지난 1978년 설립한 회사로 30여년전 연매출 120만달러에 불과하던 조그만 재생타이어 회사를 80만달러에 인수해 흑자를 기록하며 사세를 확장, 최근 5년 사이에만 연평균 17% 씩 매출을 시장을 기록하고 있다. 뉴프라이드의 상장이 이뤄질 경우 앞으로 한인기업을 중심으로 한 미국 기업의 한국증시 상장이 줄을 이을 것으로 기대돼 이번 상장추진이 가지는 의미는 아주 크다고 볼 수 있다.
신종플루 한인사회 직격탄
전세계를 강타한 신종플루는 한인사회 경제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 ‘돼지독감’이라고 불리면서 삼겹살을 비롯한 돼지고기 소비 감소를 가져왔으나 이후 돼지고기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한인 요식업계는 한시름을 놓는듯 했다. 하지만 빠른 확산과 전염성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는 것을 꺼리는 한인들이 늘면서 대형 행사들이 영향을 받았다. 특히 무비자 특수를 기대했던 항공및 여행업계는 관광객이 줄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항공사들도 갖가지 대책을 내놓으면서 승객 확보에 나섰으며 숙박업계, 식당 등에서도 청결 마케팅이 쏟아져 나왔다. 반면 홍삼, 은행잎 등이 신종플루에 대한 예방 효과가 있다는 점이 전해지면서 이들 제품의 판매는 호조를 보였고 손세정제는 연말까지 선물로 인기를 끌었다.
한국행 의료관광 붐
미국의 비싼 의료수가에 불만이 많았던 한인들이 올해는 줄지어 한국으로 의료관광을 떠나는 일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의료관광 붐은 올해 5월 한국정부가 외국인 환자유치를 합법화함에 따라 한국의 대형 병원들은 직접 또는 한인 여행업체와 손잡고 한인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활발한 경쟁에 돌입했다.
서울대 병원의 경우 지난해부터 직접 직원들을 파견해 LA지역에 사무소를 열고 유치전을 벌이고 있으며 연세세브란스도 법발효전부터 삼호관광과 손잡고 수간호사를 LA에 상주시켜 의료관광 유치를 하고 있다. 또 아주관광이 서울아산병원과 함께 유치에 나서고 있다.
미래은행 폐쇄
올해 한인 경제 특히 한인 금융권의 가장 큰 뉴스는 바로 미래은행의 폐쇄다. 지난 2002년 출범한 미래은행은 올해 6월26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로부터 폐쇄조치를 받아 문을 닫았다.
한인은행 최초의 파산이라는 점에서 한인들이 받은 충격은 컸으며 이 사건으로 한인들이 은행권에 가지는 관심도는 아주 커졌다. 불경기로 인해 대출 상환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주된 파산 원인이지만 내면에는 무리한 성장 위주의 경영과 이사진의 갈등, 대출 압력 등이 파산으로 이어졌다며 은행권에서는 자성의 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나마 한인은행이 파산하면서 이를 한인은행이 인수했다는 점에서는 한인은행권의 발전에 대해 높이 평가됐다.
전직 대통령 잇딴 서거로 한인사회도 통곡
지난 5월 22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이어 8월17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한인사회도 슬픔에 잠기면서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특히 고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한인사회에서는 총영사관을 비롯한 여러 곳에 분향소가 설치됐고 메모리얼데이 연휴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인들이 분향소를 찾았다.
한국차 불황 속 나홀로 선전
올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미국 자동차시장의 붕괴 속에서 큰 힘을 발휘하면서 나홀로 판매성장을 기록해 한인들에게 큰 자부심을 심어준 한해였다.
11월까지 누적판매에서 현대와 기아는 올해 20만대이상을 판매한 업체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전년대비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중고차현금보상제가 실시되면서 현대와 기아차는 큰 힘을 발휘했고 과감하면서 획기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은 미국내 언론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현대차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등으로 맥도널드를 제치고 올해의 마케터로 선정됐으며 기아차는 NBA 등 스포츠 마케팅으로 회사 이미지를 크게 끌어 올렸다. 또 어려운 시기에 새로운 모델들을 연달아 론칭하면서 불황을 이겨냈다.
현대차의 후륜구동세단인 제네시스는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됐으며 기아차의 쏘울은 수요가 많아 공급이 모자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고 각종 디자인상을 독차지했다.
코리아타운 올림픽가 재정비 발표
LA시 도로 서비스국과 커뮤니티재개발국(CRA/LA)은 지난 10월13일 한인타운의 중심인 올림픽가 재단장을 위한 설계를 마무리하고 올해말까지 이 지역 의견 수렴을 한 뒤 2011년 상반기 중 공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올림픽가의 동으로는 버몬트에서 서쪽으로는 웨스턴 구간까지 이어지는 재단장 공사에는 총 600만달러가 투입되며 특히 올림픽가 재단장에는 음양이 조합된 한국 전통 태극 문양이 설계의 중심이 돼 타인종들에게 한인타운을 알리는 상징적인 대로로 자리매김 할 전망이다. 이번 재단장이 완료되면 차량 이동 속도 역시 과거에 비해 낮게 유도해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성제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