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LAB(쓰리랩) 사무실에 들어서자 영화나 TV에서 낯이 익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제품을 들고 찍은 사진들이 눈에 띄었다. 때마침 화장품회사 안주인답게 화려한 원색계열의 옷을 ‘엣지 있게’ 차려입은 에리카 정 부회장이 들어왔다. 경상도 억양의 우리말로 인사를 건네는 그의 모습은 묘하게도 깐깐한 이미지를 배가시켰다. “제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말이 퍼펙트(perfect)입니다. 스스로 고객 중 한 명이라 생각하고 직접 써보고 마음에 쏙 들어야 제품으로 출시하거든요. 앞으로 100년, 200년 갈 수 있는 명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입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03년 남편인 데이비드 정 회장과 함께 3LAB을 설립했다. 정 부회장의 명함에 있는 공식 직함은 ‘co-founder’(공동설립자)이다. 3LAB은 사과 줄기세포를 이용한 노화방지 제품 등 기능성 화장품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중소기업임에도 바니스뉴욕(10개 매장), 노드스트롬(21개 매장) 등 미국의 고급백화점에 입점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명품 화장품 브랜드들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비중도 높다. 특히 최근에는 명품 화장품 브랜드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유럽 시장에서 영국 독일 스위스 체코 등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3LAB의 고속성장 배경에는 ‘좋은 원료만 사용하고 써보면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자리 잡고 있다. 품질을 위해서는 ㎏당 원가가 2만달러인 원료도 아끼지 않고 구해온다. “원래는 많은 화장품 회사가 그러는 것처럼 브랜드만 내놓고 직접 생산할 계획은 없었어요. 그런데 유럽 한 유명 브랜드의 OEM 공장을 방문했다가 너무 열악한 환경을 보고 충격을 받은 한편으로 자신감을 얻었어요. 제대로 된 공장을 지으면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죠.” 아직 마케팅 능력은 세계적 화장품 브랜드들에 비해 부족하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아카데미 시상식 등에 부스를 마련하는 등의 ‘할리우드 마케팅’이다. 정 부회장은 “스타들이 써보고 다시 찾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올해 매출을 2500만달러 정도로 예상했다. 그는 “많지는 않지만 브랜드 론칭한 지 6년 만에 첫 이익이 났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수익 성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3LAB은 2005년 한국에 진출했다가 모 방송사 시사프로그램 등의 ‘명품 논란’ 속에 철수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성장통’으로 받아들인다. “할 말도 많고 너무 억울하죠. 법적 소송도 생각했지만 거기에 소모할 에너지가 있으면 3LAB을 키우는 데 쏟자고 마음먹었어요.”
정 부회장은 단기적으로는 기업공개나 투자유치 계획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명예회복’할 기회를 잡는다면 코스닥 상장은 자연스럽게 뒤따를 수 있는 일이다. 잉글우드
(미국 뉴저지)=이태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