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치안부재’제2 재난’우려

강진에 이은 치안 불능으로 아이티가 ‘제2의 재난’에 빠졌다.
 
지난 12일 지진이 발생한 뒤 일주일이 지난 현재, 9000여명의 군ㆍ경찰 인력이 유엔아이티안정화지원단(MINUSTAH)으로 활동 중이지만, 아이티는 사실상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 있다.지진으로 인한 전체 사망자는 20만명. 지금까지 수습된 시신만 7만구. 부상자는 25만명. 집을 잃은 사람도 150만명. 인구의 3분의 1가량이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지진으로 붕괴된 상가 등에서는 굶주린 주민들의 약탈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대통령궁 인근에서는 수백명이 상점 물건을 약탈하자 경찰이 발포했고 이 과정에서 1명이 사망했다.
 
구호품 배분도 폭도로 변해버린 주민들 때문에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아이티에서 가장 귀한 물자인 물ㆍ치약ㆍ의약품 등을 먼저 받기 위한 몸싸움이 난무하고 있다. 현재 아이티에서는 시신들이 썩으면서 나는 냄새가 전역에 진동하고 있어 냄새를 막는 데 유용한 치약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전염병도 또 하나의 복병이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최근 성명 발표를 통해 “포르토프랭스 전역에 소변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며 제한된 물 공급 탓에 보건·위생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지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제 의료봉사단체들도 아이티에 최악의 상황이 덮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아이티는 지진 이전부터 에이즈ㆍ결핵ㆍ말라리아 등 각종 질병이 만연했던 데다 지진 발생 후 부상으로 인한 병균 감염 및 상처 악화, 전염병까지 더해져 상황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치안 상태가 극도로 악화되자 교외나 해외로 피난을 떠나는 엑소더스 현상도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아이티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또 18일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진행된 대규모 국제 구호작전 과정에서 미국인 1명이 숨지고 3명이 경상을 입어 치료를 받았다. 합동참모본부 대변인 존 커비 해군 대령은 AFP통신에 미국인 1명이 사망했으나 자세한 상황은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우울한 소식만 아이티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미국 CNN방송의 의학전문기자가 아이티 지진 참사 취재 도중 한 아이티 소녀의 뇌수술을 해내 화제다. 신경외과 의사 출신인 산제이 굽타 박사는 18일 오전 아이티 해안에 정박 중인 미 항공모함 ‘칼빈슨’호에서 이번 지진으로 부상을 당한 소녀의 머리에서 1.2㎝ 크기의 콘크리트 파편 제거수술을 성공적으로 집도해 소녀의 생명을 구했다.   
 
김선희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