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 농업위원회가 21일 월가 금융사들의 파생상품 거래를 제한하는 규제안을 야당 의원의 지지를 얻어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입법화되면 골드먼삭스, JP모건체이스등 대형 금융사들도 파생 금융상품 거래 사업을 별도 분리시켜야 하고 거래 내역을 공개해야 하는 등 450조달러 규모의 파생상품 시장에 대변혁이 예고된다. 상원 농업위원회는 위원장인 민주당의 블랑쉬 링컨 의원이 제출한 파생상품 거래 법안을 공화당 찰스 그래슬리(아이오와 주) 의원의 찬성을 얻어 13대8로 가결했다. 농업위는 미국 상품 선물거래위원회(CFTC)를 관할하는 등 파생상품 관련 규제의 담당 위원회이다. 파생상품이 농산물과 석유 등의 상품 선물 거래에서 발달해 왔기 때문이다. 또 이번 투표에서 공화당의 그래슬리 의원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이달 말 파생상품 규제를 포함한 금융개혁 법안의 상원 표결을 앞두고 전원 반대 입장을 보였던 공화당의 입장 전환에 중대 기로가 될 전망이다.
▶월가 파생상품시장 변혁 예고=이번에 가결된 이른바 링컨 법안은 파생상품이 앞으로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이뤄지도록 시장거래 규칙을 만들고, 대형 상업은행들이 파생상품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야 하는 게 골자이다.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은 그동안 월가 금융위기 당시 AIG보험회사에 대한 천문학적 공적 자금 수혈을 불러오게 했던 파생상품시장을 방치하면 또다시 연쇄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보고 강력한 규제를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이번 법안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자금 지원 창구로부터 공적 자금을 지원받는 자격, 즉 상업은행 업무를 하는 금융회사들은 파생상품 거래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켜야 하며 자본비율도 높이도록 했다. FED의 공적자금을 지원을 받으면서 고수익 고위험 파생상품 거래도 불투명하게 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파생상품 거래는 골드먼삭스와 JP모건체이스, BOA, 씨티그룹 등 5대 은행이 장악하고 있어 이 법안이 이들 빅5 은행들에 타격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빅5 은행은 파생상품 거래로 지난 한 해 총 200억달러를 벌었다.
▶금융개혁법안 합의 신호탄=한편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파생상품 규제 법안이 상원 은행위에서 다루는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개혁 법안과 합쳐져서 다뤄질 것으로 보도했다. 또 일단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에 공화당 의원이 가세하면서 이번주 다시 재개된 상원 여야 지도부의 금융개혁법안 협상도 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주 말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골드먼삭스를 파생상품인 부채담보부 증권(CDO) 사기 판매 혐의로 기소한 이후 월가 금융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공화당 상원 지도부가 그동안의 강경 반대 입장에서 협상쪽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개혁 법안을 제출한 크리스토프 도드 상원 은행 위원장은 공화당과 다시 협상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며칠 내에 합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민주당의 마크 워런(버지니아 주) 상원의원도 “지난주 말을 기점으로 상황이 변했다”며 여야 합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고지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