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은행세’미완의 합의’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지난 25일 마무리됐다.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은행세(Bank levy) 등 금융권의 위기비용 분담방안에 대해 참가국들은 기본적 원칙만 확인했을 뿐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출구전략에 대해 ‘각 나라 사정에 맞춰 시행한다’는 합의만 나왔다.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도 감지됐다. 한국, 중국 등 신흥국의 약진이다.

▶출구전략 ‘각 나라 상황 따라’, 은행세 ‘원칙만 확인’=지난 24일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는 회의 결과를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여기에 “(경제) 회복은 국가별, 지역들 간 다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많은 국가들에서 실업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면서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국가들 간에 다른 정책적 대응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인식한다”는 선언이 담겼다. 또 “그동안 취했던 거시 및 금융 분야의 예외적 지원조치에 대한 출구전략은 자국의 상황에 맞게 신뢰할 만한 방향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원칙이 제시됐다.
 
출구전략(경제위기 때 시행했던 금융, 통화, 재정 부문의 각종 경기부양정책을 다시 거둬들이는 정책)을 각 나라 상황에 맞게 시행해야 한다는 권고가 담겨 있다. 그동안 출구전략 공조를 강조해왔던 G20은 경제회복 흐름에 따라 각국의 자율 선택 쪽으로 무게중심을 바꿨다.
 
은행세 등 금융권 분담 논의는 G20 회원국 간 이견이 컸던 만큼 결론을 내지 못했다.
 
대신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 회의는 금융권 분담 방안에 대한 세부 대책을 만들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에 몇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금융기관의 정부 개입 비용 부담 ▷금융기관의 과도한 위험부담 억제, 공정경쟁기반 확립 등을 담아줄 것을 부탁하면서도 “개별 국가들의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향력 확대한 신흥국=이번 G20 회의에서 출구전략과 은행세에 대한 논의는 중간점검 형식으로 싱겁게 끝났지만, 눈에 띄는 변화도 있었다. 한국와 중국 등 신흥국의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는 점이다.
 
신흥국의 약진은 숫자로도 증명됐다. 25일 열린 세계은행(WB) 개발위원회(DC)는 작년 미국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 결과를 반영해,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의 개도국 및 체제전환국의 투표권 비율을 44.06%에서 47.19%로 3.13%포인트 확대키로 합의했다. 또 국제금융공사(IFC) 내 개도국ㆍ체제전환국의 투표권 비중 역시 33.41%에서 39.48%로 6.07%포인트 상향 조정됐다.대부분 선진국의 IBRD 투표권 비중은 낮아졌지만 중국(2.77→4.42%), 한국(0.99→1.57%)은 그 권한을 확대했다. IFC에 대한 우리나라의 투표권 역시 현 0.67%(회원국 중 28위)에서 1.06%(22위)로 올라갈 예정이다. 대신 한국은 투표권 확대를 위해 일반ㆍ특별자본 증액 과정에서 총 1억5000만달러 수준의 납입금을 부담해야 한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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