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카우(돈벌이가 되는 사업)가 사라진다. 전력을 다해 막아야 한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들이 금융개혁법안 중 은행의 파생상품 거래 규제 조항을 삭제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로비를 벌이고 있다. 이들 은행의 입장에서 파생상품은 각종 금융거래의 위험을 헤지할 수 있으면서도 매년 짭짤한 수익을 안겨줘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업부문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파생상품 거래시장을 좌우하는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 5곳이 무려 130명 이상의 등록된 로비스트를 고용해 전방위 로비전을 벌이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이중엔 상원의원들의 전직 보좌관이나 금융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참모였던 인물들이 다수 포함돼 있으며 은퇴한 트렌트 로트 상원의원도 명단에 들어 있다. 지난 1분기 동안 은행들이 쏟아부은 로비자금만 610만달러에 달했다. 이들 은행은 파생상품 거래에서 은행들을 배제할 경우 연방정부 감독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 비은행 금융회사나 해외 은행들이 파생상품 거래의 주도권을 잡게 돼 오히려 시장의 위험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은행들이 파생상품 거래를 포기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이 상품이 가져다주는 수익 때문이다. 미 통화감독청(OCC)에 따르면 2009년 은행들의 파생상품 관련 매출은 226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파생상품 거래는 대부분 사적으로 이뤄져 가격이나 거래참가자 등에 관한 투명성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받아왔으며, 이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가 만들어 하원을 통과한 금융개혁법안에는 대부분의 파생상품에 대해 거래소를 통해 거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구나 농업위원회 블랜치 링컨 위원장은 지난달 은행들이 파생상품 거래와 정부의 예금자보호 중 하나를 택하도록 하는 방안까지 제안한 상태다. 이처럼 파생상품 규제를 무산시키기 위해 로비를 벌이던 은행들은 최근 든든한 원군을 만났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파생상품 규제가 가져올 충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데 이어 백악관의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위원장인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파생상품 규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업계와 의회 관계자 등은 파생상품 규제 조항이 완화되거나 삭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면서 대신 상업은행의 자기자본 거래에 대한 규제 조항은 통과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