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 대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칼끝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지난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골드만 삭스를 사기 혐의로 제소하고 곧바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데 이어 모건스탠리가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추가로 시중 6개 대형 투자은행들이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13일 보도했다. 추가된 은행들은 UBS, 씨티그룹, 크레디트 스위스, 도이체방크, 크레디 아그리콜과 현재 뱅크오브아메리카에 합병된 메릴린치 등이다.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이들 은행이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부채담보부증권(CDO)을 설계한 뒤 판매하면서 투자자들을 오도하고, 정작 자신들은 모기지가 하락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반대 방향으로 투자해 이익을 냈는지 여부에 대한 사기 혐의 수사다. 대부분의 투자은행들은 헤지펀드 등의 요구에 따라 CDO를 설계했지만, 실제로 펀드와 은행들은 그 증권 가치 하락에 베팅해 이익을 내 투자자들을 기만했고, 모기지시장의 붕괴를 통해 이익을 올린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또 하나의 검찰 수사 대상은 모기지 관련 상품의 신용등급을 좋게 받기 위해 거짓 정보 또는 과대평가된 정보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피치, 무디스 등 신용평가사에 제공했는지 여부다. 뉴욕타임스는 이들 은행이 과거 신용평가사에 근무했던 사람들을 고용해 평가 등급을 잘 받기 위한 로비를 했는지 여부에 검찰이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의 월가에 대한 이번 수사는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주택시장 붕괴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자 워싱턴의 월가 압박의 절정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이번 수사는 철저하게 SEC와 검찰의 합작 수사 형식을 띠고 있다. SEC가 이들에 대해 민사 소환장을 발부해 조사하고, 검찰이 이 자료를 건네 받아 본격적인 수사를 하는 형식인 셈이다. 골드만이 이 단계를 밟았고, 나머지 은행들은 SEC의 조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검찰이 조심스럽게 내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이번 수사가 관련 회사들에 대한 사법처리로 연결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검찰의 현 수사는 단순 증거수집 단계”라면서 “아직 형사 소환장도 발부되지 않았고, 검찰이 잠정적인 사건 개요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뉴욕/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