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기 서양의 주택들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한 ‘파리 디자인의 날’ 전시회를 들여다보면 짐작이 간다.스마트(smart) 센서가 다 알아서 해주기 때문 굳이 수도꼭지를 틀거나 변기 뚜껑을 올리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좌변기와 욕조는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온도를 기억해 최적상태를 만들어준다. 스크린 세이버(컴퓨터 화면 보호 프로그램)처럼 기능하는 벽들은 터치하면 색깔과 디자인이 바뀐다. 한마디로 다음 세기 집들은 손가락이나 펜끝으로 화면을 조작하는 태플릿 PC ‘아이패드’ 속에 둥지를 튼 것 같은 것이 된다는 얘기다. 2100년의 화장실 버전 20개를 출품해 상을 받은 건축가 뱅상 바뤼는 “몇년전만 해도 사람들은 미래의 집도 손잡이와 버튼이 많이 달릴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모든 게 촉각을 이용하고 터치 스크린 방식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바뤼는 앞으로 10년 후에는 모든 건물의 표면이 3차원(3D) 스크린처럼 돼 지나가는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하게 된다. 컴퓨터 동영상을 이용해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바뀌도록 함으로써 자연 속에서 바람이 부는 것처럼 느낄 수 있으며 뉴스에도 즉각 반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건물 바닥은 사람들이 걸을 때마다 불빛이 변하는 등 재미도 만끽할 수 있도록 LED(발광다이오드)를 깔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이뿐만 아니다. 집마다 폐쇄회로로 물을 재활용되는 시설을 갖추게 돼 식수를 빼면 물 소비량은 제로(0)가 된다. 수영장이 달린 집에 사는 사람도 물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바뤼는 “사람들이 웰빙과 이미지를 중시하기 때문에 미래에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것은 화장실”이라며 “가장 사적인 공간인 화장실이 주택의 심장부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미래의 화장실을 곤충의 고치처럼 생긴 둥근 통(tub)으로 형상화했다. 몸을 씻는 데 물보다 공기나 초음파를 이용하고, 지능 벽(intelligent wall)과 플라스마 스크린으로 치장해 한 번의 터치로 숲이나 사막과 같은 실제 환경을 재창조할 수 있도록 했다. 유리집(Glass House)을 출품해 가장 주목을 받은 건축가 겸 디자이너 야신 아이트 카치는 “우리는 지금 22세기 전화를 갖고 19세기 집에 살고 있다”며 “격차를 따라잡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유리집은 한 번의 스위치 조작으로 투명한 상태를 불투명한 상태로 바꾸거나 햇빛 양 등에 따라 색이 변하는 지능유리로 만들어진 22세기형 주택. 여기 사는 사람들은 터치 스크린처럼 생긴 벽들에 색깔과 모양, 이미지를 마음대로 그려넣을 수 있다. 6일간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27명의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은 미래 주택의 기능과 모습 외에도 물 및 에너지 절약, 소음차단 등을 위한 자재 개발에도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파리 AFP=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