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릿의 거센 반발에 부딛혀 1년여 표류해 온 ‘금융규제개혁법안’이 15일 연방 상원을 통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최종 서명절차만 남겨 놓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한 미국발 금융위기의 재연을 막기 위해 마련된 이 법안은 대공황 직후인 1930년대초 금융규제법이 도입된 이후 80년 만에 가장 획기적인 내용을 담은 것으로 평가돼 월가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법안은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등으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심각한 경기침체와 구제금융에 따라 막대한 국민 부담 등을 초래하자 이를 예방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추진됐다. 따라서 ▲금융위기 재발방지를 위해 금융안정과 건전성 확보에 필요한 금융규제를 강화하고 ▲시스템 리스크(위험) 예방과 감독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하고 ▲대형금융기관이라도 부실화되면 퇴출시킬 수 있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대형 금융사 감독 강화 이 법안은 대형 금융회사의 부실이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비화하지 않도록 사전 경고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시스템 리스크를 감지하고 감독하는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를 신설하도록 했다. 이 위원회는 재무장관을 의장으로 하고 FRB와 FDIC, SEC, OCC 등 각종 감독기관장 등 10명으로 구성된다. 이 위원회는 대형 금융회사가 금융시스템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되면 위원 3분의 2 찬성으로 FRB로 하여금 해당 금융회사를 분사하도록 하고 대형 비은행금융회사의 파산위험이 시스템 안정을 해칠 것으로 판단되면 역시 위원 3분의 2 찬성으로 FRB가 해당 금융회사를 감독할 수 있게 했다. 또 금융회사의 거래행위 등이 시스템 안정을 저해하면 FRB가 해당 금융회사에 자본과 유동성, 차입한도, 위험관리 등의 규제를 강화토록 권고할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은행지주회사와 대형 비은행금융회사의 자기자본의 3% 범위 내에서 헤지펀드, 사모주식펀드(PEF)에 대한 투자는 허용하도록 했다.
▶ 부실금융사 정리 절차 체계화 대형 금융회사에 심각한 부실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부실정리계획인 이른바 ‘비상계획(funeral plan)’의 수립을 의무화하고 정기적으로 감독 당국에 제출토록 했으며 당국은 이를 토대로 자본규제 강화, 영업행위와 자산증대 제한, 분사권고 등을 하도록 했다. 또 대형 금융회사가 도산하면 FDIC가 주주와 무담보채권단의 손실분담, 경영진교체 등을 통해 해당 금융회사를 체계적으로 청산, 정리하도록 했다. FDIC는 부실 금융회사 정리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 해당 금융회사의 자산 등으로 회수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만 1차적으로 정부가 부담하고 이를 사후 해당 회사에서 받아냄으로써 부실금융기관 정리에 따른 국민의 세부담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 파생상품및 헤지펀드 거래 규제 파생상품과 헤지펀드의 투명성과 안전장치를 강화하기 위해 감독 사각지대였던 장외파생상품 거래에 대해 SEC나 상품선물거래소(CFTC)에 감독권한을 부여하고 운용자산 1억5000만달러 이상인 헤지펀드나 PEF는 투자자문사로 SEC에 등록해 거래와 포트폴리오 정보를 감독당국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주요 대형은행에 금리스와프나 외환스와프 등 거래는 허용했으나 원자재 관련 장외파생상품, 신용디폴트스와프(CDS) 등 고위험 상품에 대한 투자는 자회사를 통해서만 하도록 했다.
▶ 신용평가사 관리 강화 SEC내 신용평가국을 신설해 신용평가회사의 준법감시 등 권한을 부여하는 동시에 투자자가 신용평가사의 고의 또는 부주의에 의한 신용평가업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신용평가회사에 대한 관리도 강화했다.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 금융회사의 부당한 행위에서 체계적으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FRB 산하에 FRB와 OCC, FDIC 등의 소비자 보호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독립된 소비자금융보호국(CFPB)를 신설, 금융소비자보호 규정의 제.개정과 자산규모 100억달러 이상인 은행과 신협 등 금융회사의 검사와 제재를 담당토록 했다.
또 데빗카드 사용시 소매점들이 은행에 지불하는 수수료도 보다 설득력있고 정당한 수준으로 바꾼다. 모기지 차입자의 대출금 상환능력을 대출회사가 확인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또 실업상태이지만 좋은 크레딧을 유지하고 있는 주택소유주가 차압을 피할 수 있도록 TARF자금을 활용해 10억달러의 구제책을 마련한다. ▶ 앞으로의 과정과 여파 이 법안은 상당부분에서는 명확한 구분이 있지만 일부는 아직 정확하게 명시하지 않고 있어 시행에 들어갈 경우 연방 금융감독기관들은 금융기관의 여유 자본 규모 규정과 파생상품 거래 신고 의무 기관들의 규모 등 몇가지 중대하면서도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가능한 빨리 소비자금융보호국의 수장을 임명해야 한다. 골드만삭스는 하원 통과 후 법안 시행되면 대형은행들의 수익이 약 13% 정도 감소할 것이고 중소은행은 약 5%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파이낸셜타임스는 대형은행들은 몸집 줄이기를 하겠지만 중소은행들은 생존을 위한 M&A에 나설 가능성 높다고 전했다. 또 법안이 세세한 규제 내용을 대부분 감독기관들에 일임해 놓고 있어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들과 소비자 권익 단체들의 규제기관에 대한 치열한 로비전도 예상되고 있다. 성제환·최한승 기자·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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