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소송투자’ 논란

새로운 수익원을 노리는 대형 은행이나 헤지펀드, 민간 투자자들이 소송에 필요한 비용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이른바 ‘소송 투자’에 나서면서 이에 대한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15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씨티그룹으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는 카운셀 파이낸셜 등을 비롯한 대부업체들은 ‘그라운드 제로’ 부지의 근로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3500만달러의 자금을 대출해줬다. 이들 대부업체는 소송이 지난 6월 7억1250만달러에 잠정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1100만달러 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뉴욕의 대부업체 아덱 펀딩은 출생 당시 뇌 손상을 입은 아기 부모가 병원과 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맡은 변호사에게 4만5000달러를 빌려줬다. 이 변호사는 대출받은 자금으로 의사 2명과 물리치료사, 이코노미스트 등을 고용해 피해를 입증했고 결국 법원은 병원과 의사가 아기에게 51만달러를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아덱은 투자 자금이 상환될 때까지 연 24%의 이자(월 900달러 상당)를 받고 있다.
 
소송 과정에 필요한 자금의 대출 규모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된 수치가 없지만, 업계 전문가들의 추산에 따르면 10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주의 한 공식 기록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계류중인 재판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250개 이상의 법률회사들이 자금을 반복적으로 대출받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신문은 이처럼 소송 자금 대출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미국의 높은 소송 비용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방 법원에서 민사 소송을 제기하려면 평균 1만5000달러의 비용이 들고 여기에 의료상 과실 같은 과학적 증거가 필요하게 되면 소송 비용은 10만달러를 쉽게 넘어간다.
 
자금이 풍부하면 소송에서 시간도 벌 수 있고 전문가의 증언과 증거를 확보할 수 있어 소송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하지만, 사법체계가 자금의 영향을 받는 것에 대해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부업체가 부과하는 높은 금리 때문에 대출 원리금이 배상금보다 더 큰 경우도 허다하고 소송 남발이나 비밀 유출의 위험도 남아있기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대출 관행이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소재 소송전문 금융업체인 로파이낸스 그룹의 설립자인 앨런 짐머만은 “만일 당신이 민사상 사법체계를 이용하려 한다면 자금이 있어야만 한다”면서 “자금이 부족하면 소송도 줄게 된다”고 말했다. 

뉴욕/연합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