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이 연임된데다 우리아메리카은행의 감사 결과 발표가 다가오면서 한미은행의 향후 운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한미은행 인수 의지를 거듭 내비친 이 회장의 연임으로 우리금융에서는 한미 인수를 계속 추진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한미은행은 우리금융에 매각해야 할지 아니면 독자적인 회생의 길을 걸어야 할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들고 있다. 타운금융권에는 우리아메리카에 대한 감사 결과가 나오는 2월말을 앞두고 한미은행에 중대한 변화의 바람이 예상되고 있다.
▶ 우리아메리카 감사결과 영향 = 우리아메리카은행에 대한 금융감독당국의 감사 결과가 당초 예상됐던 17일보다 다소 늦어진 오는 24일경 발표 될 것으로 알려졌다. 타운 금융권에서는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 결과가 우리금융의 한미은행 인수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이냐를 두고도 상반되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감사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올 경우 현재 일시적으로 보류시킨 인수 승인을 감독국에 재요청 해서 빠르게 한미 인수 작업을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타운금융권은 이번 감사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감사 결과가 나쁠 경우 새로운 정기감사를 받을 때까지 우리금융의 한미 인수는 6개월 또는 1년까지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경우 한미나 우리금융 양쪽 모두 불행해 질수 밖에 없다. 지난해 처럼 또다시 속수무책으로 무작정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감사 결과와 상관없이 우리금융이 한미 인수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일관된게 한미를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이팔성 회장이 연임됨에 따라 한미 인수를 강행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팔성 회장은 연임 발표직후 우리금융의 글로벌화를 재차 강조하면서 세계 50위권 금융기관으로의 성장을 목표로 내건 만큼 한미 인수는 글로벌화 과정에 반드시 넘어야 할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미 인수에 반감을 보이던 우리금융 및 우리은행 이사회도 이 회장 연임 결정이후 한미 인수를 추진하자는 쪽으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우리금융이 보다 적극적으로 인수 제안을 해 올 경우 한미의 입장에선 추가 자금 조달, 조직력 강화 등 경영정상화의 걸림돌들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어 뿌리치기 힘든 상황이다.
▶ 한미은행의 고민 = 우리아메리카에 대한 감사 결과 및 감독국의 승인 여부를 굳이 감안하지 않더라도 한미은행의 고민은 상당히 깊어질 전망이다. 금융위기 이후 벼랑 끝에 몰렸던 한미는 생존을 위해 자금력이 풍부한 우리금융이 내미는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지난해 1억2000만달러 증자 성공으로 자본비율에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고 지난해 4분기엔 2년만에 첫 흑자를 기록했다. 또 주가도 1.30~1.40달러대로 오르는 등 한미의 현재 상황은 지난해 우리금융과 인수 계약을 체결했던 당시보다 크게 개선됐다. 즉 한미는 ‘우리금융에 매각’ 또는 ‘독자생존’ 두가지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상당히 유리한 입장에 서 있는 것이다. 우선 우리금융측이 인수 의사를 명확히 밝혀 올때는 당당하게 재계약 체결을 요구할 수 있다. 지난 1년동안 감독국 승인 문제로 지연된 점을 분명히 하고 앞으로 인수 과정이 6개월 또는 1년이상 장기화 될 경우를 대비한 전략이다. 상황이 바뀐 만큼 감독당국의 승인은 우리금융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한미가 동반책임을 져야 할 이유가 없기에 보다 확실한 안전장치를 갖춘 새로운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반대로 한미는 과감하게 독자생존을 선택할 수도 있다. 최근 급격히 개선된 재무구조와 주가 상승세가 독자생존을 결정하는데 큰 버팀목 역할을 해 줄 것이다. 물론 독자생존을 선택할 경우 추가 증자를 해야 하는데 최근 분위기로선 1억~2억달러를 끌어오는데 별다른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우리금융이라는 든든한 생명줄을 스스로 잘라내야 하는 부담을 안아야 한다. 현재의 제반 여건은 한미에게 유리한 상황이지만 불행히도 시간은 한미의 편이 되지 않고 있다. 한미의 성장 동력이 되고 있는 여러 요인들이 아직 탄탄한 토대를 갖추지 못한 탓에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력이 급속히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머뭇거리다가 회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 한미는 최선의 선택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성제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