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노동법 강화와 외자기업에 대한 임금 인상 압박으로 한국 섬유·봉제기업들의 탈중국화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 특히 임금 비중이 높은 섬유 및 봉제기업들은 운영 여건이 중국보다 유리한 동·서남아시아 국가로 공장 이전을 서둘고 있다는 것이다. 11일 KOTRA가 발표한 ‘동·서남아 주요국의 노무여건 변화와 진출기업의 대응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 동서남아시아 각 국가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있음에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보다 현저히 낮아 섬유 및 봉제기업들의 탈중국화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생산직 비숙련공을 기준한 국가별 월 최저임금은 방글라데시가 48달러로 가장 낮았고 베트남(74달러), 인도(117달러), 인도네시아(145달러)로 중국의 167달러보다 크게 낮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또 임금 상승률도 전년대비 평균 10~15%로 다소 높은편이지만 중국(20%)보다는 낮게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인건비 비중이 높은 봉제, 섬유, 신발 분야 기업들이 중국을 벗어나 이들 동서남아 국가로 생산설비를 이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인도네시아의 경우 섬유가죽신발 업종 외국인투자가 지난 2008년 87개사 3억5600만달러에서 2009년엔 87개사 3억7400만달러, 2010년엔 143개사 2억9900만달러로 늘어났고(인도네시아 투자청 자료) 이중 상당수 기업들은 중국에서 이전된 것으로 집계됐다. 캄보디아의 경우도 2008년~2010년 3년간 중국에서 캄보디아로 이전한 섬유봉체신발업체가 53개사(이중 중국기업 40개사)에 투자금액이 1억8900만달러에 이른다는 것이다. 한국의 섬유봉제 기업들도 2007년이후 대중국 투자는 감소하고 있는 반면 베트남,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투자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경공업 분야의 동·서남아 투자증가 현상은 최근 중국이 베이징 기준으로 2011년도 최저임금을 전년대비 20% 상향 조정한데 이어 외자기업의 최저임금을 또다시 150% 인상하고 임금 단체협상제도를 도입하는 등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있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이 보고서에서는 최근 동·서남아 각국의 높은 물가상승률과 최저임금 상승률,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에서의 노사분규 증가, 공단 등 인프라가 양호한 특정지역 투자 집중으로 인한 인력확보난 등 어려움도 있기 때문에 동서남아 국가 투자시에도 주의가 필요하며 노사관계 안정화를 위한 대책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상당수의 노사분규가 임금체불, 과도한 잔업, 부당해고 등 현지 노동법의 미준수와 노동자들의 기본권에 대한 침해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대책으로는 ① 노사갈등 해결을 위한 지상사, 법무법인, KOTRA를 활용한 노무정보 공유 및 노동자 대표, 관련 정부부처와의 정기협의 등 대화채널 확보 ②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내 노무관리 전담조직 운영 ③ 사내 복지제도 개선, 지역사회 공헌 등 진출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 강화를 들었다. 곽동운 KOTRA 정보컨설팅본부장은 “동·서남아에서도 임금 상승과 노사분규 증가로 저임금 산업이 위협받고 있기는 하나, 현재로서는 최저임금 기준으로 중국이후(Post-China) 대체 투자처로 다른 지역을 찾기 힘든 만큼 이들 지역에서 장기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최한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