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금융당국 전직원 조사

한국에서 저축은행 감독과 관련해 금감원 전.현직 간부들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금융감독 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전직 직원이 거액의 금융 사기를 비호한 혐의가 적발됐다.
 
SEC의 로버트 쿠자미 조사국장은 지난 13일 연방하원에서 열린 앨런 스탠퍼드 폰지사건 관련 청문회에서 미 검찰과 연방수사국(FBI)이 SEC의 텍사스주 포트워스 사무소의 조사담당 책임자였던 스펜서 버래쉬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SEC 등에 따르면 현재 텍사스주의 법무법인 앤드루 커스의 파트너로 재직중인 버래쉬는 SEC 포트워스 사무소의 조사담당 책임자로 재직하면서 금융사기 주범 앨런 스탠퍼드의 혐의가 수 차례 적발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살, SEC가 그를 조사하지 못하게 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버래쉬는 7년간 최소한 6차례에 걸쳐 스탠퍼드의 사기 혐의를 묵살하고 SEC 내부의 조사 시도를 방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탠퍼드는 70억달러 규모의 양도성예금증서(CD) 관련 금융사기 혐의가 적발돼 지난 2009년 6월 체포됐다.
 
버래쉬는 SEC를 퇴직하고 법무법인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스탠퍼드 관련 사건의 변호를 맡게 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스탠퍼드를 옹호하는 입장을 보여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방법은 SEC를 비롯한 정부 감독당국의 직원들이 퇴직후 민간부문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 1년간의 냉각기를 갖도록 하고, 감독당국 재직당시 업무와 연관이 있는 사안은 맡지 못하게 하는 등 제한을 두고 있다.
 
하지만 민간단체인 정부감시프로젝트(PGO)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SEC를 퇴직한 219명의 전직 간부들이 퇴임후에도 재직당시 관련이 있었던 인사들을 대리하는 업무를 맡는 등 ‘이해관계 상충’의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원 금융서비스 감독 소위원회의 랜디 노거바우어 위원장(공화.텍사스)은 “높은 수준의 윤리와 청렴도가 요구되는 감독기관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이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성제환 기자·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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