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 증자추진 왜?

한미은행이 증자에 나선 것은 우리금융과 결별을 공식선언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주목된다. 주가가 그리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은행이 증자에 나선 것은 독자적인 존립 행보를 걷게 되면서 현재의 흑자분위기를 계속 이어가기 위한 ‘총알쌓기’로 해석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현재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자본비율도 회복되고 있는데 굳이 증자에 나설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증자발표가 안그래도 낮은 주가를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경영상황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완충기능(쿠션)을 갖고 있어야 전략 수립과 영업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 증자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까다로운 감독국으로부터 조금이라도 자유롭기 위해서는 보다 안정적인 자본비율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는 경영진의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흑자 분위기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번 증자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올 하반기에도 흑자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한미 내부에서는 나온다.

게다가 지난해 1억 2000만달러 증자에 성공함으로써 생존여부가 불확실하던 은행이 회생한데다 지금의 흑자기조를 일군 발판이 됐다는 ‘경험의 법칙’이 증자를 단행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증자규모도 1억달러 미만에서 증자추진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는 자본비율이나 영업전략 수립, 그리고 중장기적 계획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이 수준이 적당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떨어진 주가는 우려된다. 우리금융의 인수계약 무산에 따른 시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적었지만 증자발표로 인해 주가하락이 큰 폭으로 나타났다.
 
아직 공모주 발행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20일 나타난 주가 하락은 한미측에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증자에서 가격이 주당 1.20달러였지만 가격차가 벌어지면 벌어질 수록 이전 투자자들의 불만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증자이후 주식병합에 나설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한미는 지난주 주주총회 내용을 공시하면서 안건 중에 주식병합 여부와 비율 시기를 결정할 권한을 이사회에 주는 방안을 포함했다. 크게 늘어난 주식수를 병합하면 관리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지난해 한미가 증자를 이룬 이후 주식병합과 관련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현실은 관심을 끌 만하다.
 
성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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