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사회발전 위한 생산적 논의 필요 공동 책임 일단락짓고 앞일 도모해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충격적인 사거(死去) 이후 한국사회에서 가장 우려되던 상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불과 18개월 전까지만해도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국가와 국민의 가치를 대표하던 인물이 스스로 목숨을 버린 희대의 현실에 대한 고민과 분석, 그에 따른 논쟁과 책임 시비 등이 뒤엉키는 데서 비롯될 극단적인 여론 분열이 그것이다. 영결식이 거행되기 전까지만해도 500여만명이 직접 조문하는 국민적인 추도 분위기의 장엄한 위세에 밀려 일부 극우적 보주논객의 냉소와 비아냥은 대꾸할 가치조차 없는 것으로 치부돼 묻혀버렸다. 시간이 흐르고 날이 거듭돼 일상이 제자리로 돌아가다보면 감정은 추스려지게 마련. 마치 “이제 다 울었지? 그럼 한판 붙어볼까?”라는 식으로 전직 대통령의 급서를 둘러싼 정치적 사회적 격론이 공을 울리고 있다. 예상대로 정치권과 언론이 먼저 판을 벌렸다.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이강래 두 원내대표들은 첫 상견례 자리에서부터 노 전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문책요구와 정치적 타협을 놓고 소득없는 공론으로 기싸움을 했다. 심지어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쇄신특위라는 곳에 모인 의원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민들에게 유감을 표명하는 담화를 발표해야 한다고 청와대를 직접 겨냥하는 일도 벌어졌다. 언론계는 더 뜨겁게 맞붙었다. 이른바 보수언론권력으로 지칭되는 조중동 가운데 동아일보는 대문짝만한 지면을 할애, 진보매체로 꼽히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직격탄을 날렸다. 노 전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는 동안 다를 바없이 비판과 비난을 일삼던 한겨레와 경향이 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보수 언론에 뒤집어 씌우고 있다며 날선 공격을 퍼부었다. 한겨레와 경향 또한 연일 언론, 특히 보수언론들이 지난 수년간 펼쳐온 ‘노무현 죽이기’의 행태를 끄집어내며 질세라 목청을 높이고 있다. 추모기간 중 죽은 듯 납짝 웅크리고 있던 검찰이 기세를 회복하려는 모습도 눈에 띤다. “그래도 수사는 원칙대로 계속 하자”라며 우리가 뭘 잘못했느냐는 자세로 다시 콧대를 세우고 있는 참이다. 수사방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더불어 중앙수사부의 무소불위적 수사권을 없애야 한다는 검찰개혁론은 당연히 그에 대한 반격이다.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다보니 국가적 여파를 남기는 건 당연하다. 일정기간 그 파장은 불가피하다. 사실 그런 파문과 논란, 이성적 대결의 과정을 거쳐 한국사회가 새로운 발전의 에너지를 얻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여론 대결의 초장부터 네탓 내탓을 따지고, 나 잘났고 너 못났다는 모양새인 걸 지켜보노라면 소모적인 입씨름으로 소란과 소음만 남길 듯 싶어 근심스럽다. 가뜩이나 지역감정의 깊은 골에서 주류와 비주류, 보수와 진보 따위로 편가르기가 심화된 한국사회 아닌가. 요즘같은 때는 그저 “우리 모두 잘못했으니 앞으로 잘해봅시다”라는 한마디로 혼돈을 정리해버리면 안될까 싶다. 상황이 복잡할 수록 간단명료한 방식이 효과적일테니 말이다.
권총을 겨누 듯 검지로 상대방을 추궁할 때 나머지 손가락 세개는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거듭 새겨야할 때이다. 그 손모양새에서 나머지 하나, 엄지가 향하고 있는 하늘이 분노할까 두려우니 말이다.
황덕준 편집인,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