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역사 일본사찰 판다


 ▲1100만달러에 매물로 나온 중가주 프레즈노 벳씬 템플
 

100년 동안 일본인들의 미국 캘리포니아주 이민사를 지켜본 사찰이 운영난 탓에 문을 닫을 처지에 몰렸다. 캘리포니아주 중부 도시 프레즈노에 있는 불교 사찰 ‘프레즈노 벳씬 템플’이 1천100만달러에 매물로 나와 있다고 1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보도했다.

언제 처음 지어졌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1919년 화재로 무너진 목조 건물을 허물고 웅장한 대리석 계단과 금박을 입힌 기둥이 멋진 석조 건물로 다시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이 사찰은 캘리포니아 지역 일본 이민 1세대에게는 마음의 고향이다.

농업 이민으로 캘리포니아주 땅에 발을 디딘 이들 이민자는 하루 1달러씩 모아 기금을 마련한 끝에 마침내 절을 지었다. 1.5세대까지도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장례식을 치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정부가 캘리포니아에 주로 살던 일본계 미국인들을 강제로 소개해 내륙 지역 수용소로 옮겼을 때 잠시 문을 닫았을 뿐 수십년 동안 일본인 커뮤니티의 중심 역할을 해 왔다.높이 1.8m, 무게 1.3톤짜리 커다란 범종은 일본인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 영적 위안을 주던 존재였다.
사찰이 자리 잡은 곳은 중국인과 일본인이 함께 살던 지역이다.

‘올드 차이나타운’으로 불리는 이 지역은 그러나 이제는 쇠락해서 화려했던 중국, 일본 상점들은 몇 남지 않고 갱과 부랑자들만 서성대는 곳으로 전락했다. 사찰 운영위원회는 이 건물을 팔고 시내 번화가로 옮길 계획이다.

매각과 이전을 막아보려는 노력도 있지만 결실을 기대하기 어렵다. 프레즈노 시장 애슐리 스웨린은 사찰 운영위원회에 매각을 만류하면서도 운영비 보조 등 재정 지원은 약속하지 않았다.

재패니즈-아메리카 국립박물관 등 관련 기관과 단체들도 매각을 막겠다고 나섰지만 사찰 건물의 유지, 보수, 운영에 드는 돈을 마련하지 않는 한 성사될 수 없다.

부동산 업계는 매각도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찰이 들어선 지역이 워낙 험한 동네인데다 지역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LA/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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