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매각 꼬인 매듭 풀기 쉽잖다

▲예금보험공사가 17일 우리금융 예비입찰 마감결과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 한 곳만이 예비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혀 우리금융지주 매각 시도가 또다시 무산됐다. 사진은 17일 오후 서울 회현동2가 우리은행 본점.(서울=연합뉴스) 

5개월 만에 재개된 우리금융지주 매각이 3개월 만에 또 중단되고 말았다.

   다른 방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 정권 임기 내에 다시 추진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결국 무산된 셈이다.

   우리금융 매각이 무산된 직접적인 이유는 입찰 참가자 수가 부족해 `유효한 경쟁입찰’이 성립하지 않아서 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가 우리금융 매각을 재개할 때부터 난관이 적지 않아 어느 정도 예견된 흥행 실패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로써 11년째 헛물만 들이켠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은 한동안 다시 표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혜의혹에 정치권 반발까지 겹쳐
공자위는 지난 5월17일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 56.97%를 모두 민간에 넘기겠다며 빠르면 올해 안에 민영화가 가능하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17일 매각 중단을 선언한 뒤 5개월 만에 재개된 우리금융 매각은 첫걸음부터 꼬였다.

   이른바 `정권 실세’로 여겨지는 강만수 회장의 산은금융지주에 우리금융을 넘기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력하게 제기된 것이다.

   우리금융처럼 덩치가 큰 금융지주사를 통째로 인수하려면 국내 다른 금융지주사만 가능할 텐데, 마침 산은금융이 우리금융 인수에 남다른 의욕을 보였기 때문이다.

   공자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거듭된 부인에도 의혹 어린 시선은 거둬지지 않았고, 결국 김 위원장은 산은금융을 배제하겠다고 못 박았다.

   유력한 인수 후보를 강제로 탈락시킨 우리금융 매각은 법 개정이라는 두 번째 난관에 부딪혔다.

   현행법상 금융지주사를 다른 금융지주사가 인수하려면 적어도 지분 95%를 가져야 하지만, 이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50%로 낮추자는 게 정부 입장이었다.

   그러자 이번엔 국회에서 급제동을 걸었다. 여야 의원들은 금융지주사 간 인수·합병으로 `메가뱅크(초대형은행)’가 만들어지는 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또 한 번 국회 설득에 실패해 법 개정은 백지화됐고, 공자위는 금융지주사를 뺀 채 매각을 강행해 3개 사모투자전문회사(PEF)가 손들고 나섰으나 이마저 무산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분율 제한을 낮추는 금융지주사법 시행령 개정이 좌초된 때부터 우리금융 매각엔 `먹구름’이 드리웠다”고 말했다.

  
PEF 부정적 인식에 주가하락 `악재’
국내 PEF의 3파전으로 전개된 우리금융 매각이 결국 무산된 데는 무엇보다 자금 확보가 여의치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MBK파트너스는 새마을금고의 자금력을 끌어들여 17일 예비입찰제안서를 제출했지만, 나머지 2곳이 불참해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았다.

   티스톤파트너스는 국내 투자자를 목표치만큼 유치하는 데 실패했고, 보고펀드도 인수전을 함께 뛸 전략적 투자자(SI)를 찾지 못했다.

   호기롭게 나선 MBK파트너스 입장에선 무대가 없어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형국이 됐다.

   그렇지만 이면에는 PEF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와 한계, 그리고 최근 불어닥친 금융시장의 불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PEF에는 `먹튀’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칠된 탓에 국내 금융시스템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금융지주사를 넘기기엔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이는 예비입찰에 참여해도 공자위의 심사 과정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할 것으로 보여 PEF에 대한 투자 매력을 떨어트리는 쪽으로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언젠간 우리금융을 분할 매각해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줄 수밖에 없다는 태생적 한계도 PEF가 예비입찰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키웠다.

   예기치 못한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우리금융 주가가 곤두박질 친 것 역시 악재가 됐다.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하는 게 공자위의 매각 원칙 가운데 하나인데, 우리금융 주가 하락으로 매각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관측이 확산한 것이다.

   공자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한 곳만 대상으로 매각을 진행하기엔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며 “오랜 기간 공들인 작업이 물거품이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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