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셔은행이 2001년 5억달러 규모의 자산에서 2008년무렵 30억달러대로 급성장한 배경에는 페르시아계 유태인 대출고객을 유치한 데 따른 영업실적이 바탕이 됐다. 하지만 그 화려한 시장확대의 결과는 무려 9천만달러의 손실에 4억2천3백만달러의 시가총액이 사라지는 ‘대형참사’로 이어졌다.
헤럴드경제는 윌셔은행의 대출사고 스캔들의 내막이 주류사회 매체인 LA비즈니스저널을 통해 공론화된 사실 앞에서 한인커뮤니티의 감시(워치독) 기능에 소홀했다는 자성과 함께 이를 계기로 윌셔은행 대출사고의 파장과 그에 따른 여파와 여진은 없는지 짚어보기로 했다. 한인은행권은 지역사회 비즈니스의 젖줄이요 동맥이기에 만시지탄의 심정이나마 진단과 처방이 마련돼야 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시리즈로 다뤄본다.
윌셔은행과 페르시아계 유태인 고객들을 중심으로한 대출사고와 관련한 ‘스캔들’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두 사람이다. 조앤 김 전행장과 이란계 유태인 스티브 아민포 전 최고마케팅책임자다. 이들을 거듭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른바 ‘대형사고’를 저지른 데 따른 문책으로 윌셔은행을 떠나고도 자리와 역할이 다소 바뀌었을 뿐 건재하다는 사실이다.유력 매체들이 재직 시절의 ‘부당한 거래’를 문제삼고 있지만 장본인들은 정작 겉으로는 태연하다. 조앤 김씨를 보자. 지난 2월 18일 3년 임기 만료일을 불과 40여일 가량 남긴 시점에 전격 사임 형식을 취해 윌셔은행장직을 물러났다. 어지간한 경영실책이 아니고서는 윌셔은행을 한인은행 최대규모로 키워낸 공로를 봐서라도 임기를 채우고 거취를 결정해도 무방했다. 그럼에도 내보냈을 때는 윌셔은행이 뭔가 조앤 김씨로부터 상당한 과오와 실책을 포착했을 거라는 짐작은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물론 당시 무수한 추측과 소문이 한인사회를 떠돌았다.
윌셔은행의 내부에서는 전직 행장이지만 김씨를 ‘형사고발할만한 사고가 있었다’는 말도 나돌았다. 은행 지주사인 윌셔뱅콥에서 내부감사를 위해 여섯자리수의 거금을 들여 변호사를 동원했다는 소문까지 흘러나왔다. 은행가를 취재하는 미디어 간에는 상당히 구체적인 정황까지 제시되면서 일반인과 독자들의 ‘알 권리’와 은행 투자자들의 ‘판단기준’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확인과정을 거쳐 공론화해야 한다는 측과 확실한 물증이 없는한 섣부른 문제제기가 은행의 주식가치를 손상시켜 더 큰 피해가 야기될 수 있다는 신중론이 맞섰다.
지역사회이다보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언론의 존재근거인 ‘공익을 위한 감시와 비판 기능’ 보다는 지역사회 비즈니스의 핵심인 금융권의 이미지와 이익 보호가 우선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흘러 윌셔은행 조앤 김 행장의 전격 사임을 둘러싼 의혹은 수그러들었다. 그로부터 불과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던 지난 3월 중순. 한인은행 가운데 가장 견실하다는 평을 받았고, 또 은행장 가운데 가장 원칙적이고 보수적인 경영으로 금융위기의 격랑에서도 이익을 내고 있다던 커먼웰스 비즈니스뱅크의 최운화 행장이 난데 없이 사임했다. 최 행장의 사례도 말이 ‘사임’이지 이사회의 공식발표로는 ‘계약연장 안함’이었고, 내용적으로는 ‘해임’이나 다름없었다. 그로부터 불과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아 커먼웰스뱅크 이사진이 선임한 후임 행장은 다름 아닌 조앤 김씨였다. 한인금융권이 다시한번 술렁거렸다. 윌셔은행 스캔들의 장본인이 해고와 다름없는 사임 형식으로 물러난지 얼마 되지 않아 버젓이 다른 은행의 행장으로 취임할 수 있는가. 금융위기 이후 어느 때보다 행장 자격 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은행감독기관의 기준으로 보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별다른 과오없던 행장을 물러나게 하고 다른 은행에서 문책성 실책으로 그만 둔 인물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것을 어찌 해석해야 하는가….
또 한사람, 아민포는 현재 베벌리힐스의 호화주택에서 살며 세차장 비즈니스로 여전히 부유한 일상을 누리고 있다. 그는 LA 비즈니스 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아직도 윌셔은행을 사랑한다”는 얄궂은 코멘트로 그의 마구잡이 대출로 희생 당한 수많은 투자자와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은행의 임직원들을 약올리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공평한 것일까, 확증없는 혐의에 따른 정상적인 상황일까. <계속> 특별취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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