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책임이 있다”
1999년부터 2007년 12월 말까지 8년동안 윌셔은행장을 역임한 민수봉씨가 최근 불거진 윌셔은행 전직 임원들간의 부적절한 대출관행과 관련, “당시 행장이었던 사람으로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민씨는 윌셔은행의 자산규모가 5배 가까이 커지는 고속성장기에 사령탑을 맡아 한때 미국내 경영실적 우수 25개 은행 중 ‘톱10 최고경영자(CEO)’로 선정됐을 정도로 금융경영인으로 인정받던 주인공이다. 2007년 하반기들어 급격해진 실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임, 지금껏 은퇴상태에서 ‘야인’으로 지내왔다.
민씨는 텍사스주 댈라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자산규모 25억달러에 달하는 유나이티드 센트럴 뱅크(UCB)의 행장으로 내정돼 현역 복귀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최근 여론의 도마에 오른 윌셔은행 성장기의 부실대출과 관련된 온갖 구설수에 대해 입을 열었다.
민씨는 스티브 아민포 당시 대출담당 간부가 유치한 8억달러 규모의 중동계 유태인 사업가들의 대출실적에 대해 “당시로선 정말 뛰어난 대출영업 실적이었으니 행장으로서 예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래도 아민포가 끌어온 대출 3건 가운데 1건 꼴로 내가 승인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출실무자들이 임의적인 결재권을 행사하도록 최고관리자로서 ‘직무유기’는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나는 모든 대출신청자의 비즈니스 현장을 직접 답사하는 게 원칙”이라며 “당시 아민포의 중동계 대출고객 사업장도 하루가 멀다하게 찾아다니며 직접 살핀 끝에 승인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랬던 대출이 부실화된 것은 금융위기에 따른 불황으로 사업체의 가치가 하락한 데 따른 결과이지 은행 내부 심사 시스템의 문제로 모든 책임을 돌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민씨는 조심스럽게 항변했다. 민씨는 자신의 후임이었던 조앤 김 전행장과 최고대출책임자 직책의 아민포 간에 이뤄진 몇가지 이해상충적 거래에 관해서도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었다. 댈라스에 있던 조앤 김 전행장의 콘도를 아민포가 매입하고, 뉴포트비치의 리커스토어에 두 사람이 공동 투자한 것에 관한 것이다. “댈라스 콘도는 조앤 김이 시카고에서 이주할 예정이던 언니를 위해 사두었다가 계획이 바뀌자 아민포에게 매입가대로 팔아 넘긴 것이고, 리커스토어 공동투자는 남동생에게 생업을 만들어 주기 위해 그랬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들려줬다. 민씨는 그같은 거래관계가 자신이 행장으로 재임하던 시기에 이뤄졌음에도 상사로서 견제할 수 없었는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한국 시절을 포함, 40여년간의 뱅커 경력 중 처음으로 지난 4년여 동안 밖에서 은행권을 들여다보게 됐다는 민씨는 “은행과 거래하는 고객의 심정을 이해하고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시 은행으로 돌아갈 결심을 했다”고 UCB 행장으로서 새출발하게 되는 포부도 잊지 않았다. 민씨는 “UCB이사진에서 윌셔은행 시절의 부실대출과 최근 나도는 아민포-조앤 김 관련 대출스캔들 혐의와 관련된 것 없느냐고 따지는 바람에 좀 난감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연봉 32만달러가 걸린 새 은행장 자리에 대해 “안되면 할 수 없지”라며 껄껄 웃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70대 은행인의 관록에서 우러나는 대범함일까. 황덕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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