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경기 부진이 소비자 발목잡아

미국의 주택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집값 하락으로 우울해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기업 경기가 다시 부진해지고 일자리도 만들어지지 않아 미국 전반의 소득이 침체 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미국의 경기전망이 밝아지지 못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소득감소와 높은 실업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저하 등이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하지만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이런 요인만으로는 미국 경기의 깊은 시름을 설명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이 경기침체의 요인으로 가장 많이 지적하는 중대한 이유는 집값 하락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집값 하락은 또 향후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는 심각한 요소로 작용한다.미국인들은 지난 몇 년간 집값이 하락하면서 엄청난 부를 상실했다. 아울러 주택시장과 투자에 대한 자신감도 잃어버렸다.당장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진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돈이 잘 벌릴 것이라는 희망도 잃었다.집값이 하락하면서 미국인 가정은 재무설계 궤도가 영구히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리처드 쿠틴 미시간 대학 경제학 교수는 “사람들은 자기 집이 예전 가격을 회복할 것으로 믿지 않으며 이로 인해 소비행태도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톰슨 로이터 조사에 따르면 경제성장에 대한 일반인들의 기대치는 지난 198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디즈니월드 등 여러 개의 테마파크가 몰려 있는 관광도시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경우 사람들의 소비성향이 달라지면서 집값도 많이 내려간 지역에 속한다.

부동산정보 분석회사 코어로직에 따르면 이 지역 전체 주택 가격은 전체 주택담보대출 규모에도 못미칠 정도로 하락했다. 라스베이거스와 마찬가지로 도시 전체가 이른바 ‘깡통 주택’이 된 셈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에서야 집값 하락이 소비감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7년 나온 의회 재정국 조사로는 집값이 1천 달러 하락할 때마다 소비자들은 연간 지출을 20~70달러 줄인다.

웰레슬리 컬리지의 칼 케이스 경제학 교수는 보고서에서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의 집값 하락으로 2010년에 2400억 달러의 지출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연간 경제활동 규모의 1.7%에 달하는 것으로 경제성장 속도에 큰 영향을 미칠만한 금액이다.

석재가공업을 하다가 불경기로 사업을 그만두고 집도 예전의 절반 가격에 매각한 뒤 가난한 동네 작은 집으로 이사한 어니스트 마키씨는 “지난 2년간 앞으로는 생활이 좀 나아질 것이라고 믿었으나 이제는 그런 희망도 버렸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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