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덕준의 크로스오버]2011년, 올해를 잊고 싶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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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빨리 올 한해가 지나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해마다 연말이면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4자성어가 습관처럼 등장하지만 즐겁지 못한 기억을 가진 이들은 새해를 계기로 지난 시간의 실수와 실패,좌절,부조리 등 부정적인 경험들을 잊고 심기일전을 다지게 마련이다.
 
2011년을 지워버리고 싶음직한 LA한인사회 비즈니스 분야 인물들을 추려보면서 남의 실수와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는 반면교사(反面校師)를 삼는 것도 옛것을 보내고 새로움을 맞이하는 세밑에 나름대로 의미있을 것이다.


■조앤 김(전 윌셔은행장·현 커먼웰스은행장)

지난 2월 18일 윌셔은행 조앤 김 행장은 계약만료 40여일을 남기고 전격 사임했다. 임기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재계약을 안하는 모양으로 물러날 수 있는데 갑작스럽게 사임을 한 데 따라 온갖 뒷담화가 꼬리를 물었다.
 
모종의 대출사고에 따른 문책설이 퍼지더니 은행감독기관의 제재는 물론 독직(瀆職) 사건의 혐의를 받아 연방 수사기관의 내사를 받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문까지 나돌았다.
 
 윌셔은행측의 함구로 사임의 배경이 추측수준에 머물러 있는 사이 커먼웰스은행은 느닷없이 최운화 행장의 계약연장을 하지 않는다고 발표, 또다른 충격파를 낳았다. 무난하게 연임되리라는 행장이 그만두면서 2주일여만에 그 자리를 채운 사람이 조앤 김 전 윌셔은행장이었다.
 
자리바꿈의 미스터리는 9월 중순 LA비즈니스저널이 윌셔은행의 대형 대출사고가 조앤 김 전행장과 스티브 아민포 대출담당간부의 ‘위험한 비즈니스’에 기인했다는 심층기사를 커버스토리로 보도함으로써 그 연관성이 부각되기도 했다.
 
한인금융권에서는 여전히 최운화-조앤 김 두 행장들이 바통터치한 배경을 궁금해 한다. 모종의 거대한 커넥션의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특히 커먼웰스은행의 발언권 센 이사들과 조앤 김 행장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탐색이 진행 중이다.


■손태승(우리금융 한미은행 인수팀장)

한미은행(행장 유재승)의 지주사인 한미파이낸셜(이사장 노광길)은 지난 6월 15일 상호 합의하에 지난해 5월 25일 체결한 주식인수 계약을 종결(Terminate)한다고 발표했다. 1년이 넘도록 성사여부를 놓고 미주한인사회와 금융권의 초점이 됐던 우리금융의 한미은행 인수계획은 ‘없던 일’이 됐다.
 
우리금융그룹의 한미은행 인수팀장을 맡았던 손태승씨는 말 그대로 ‘낙동강 오리알’처럼 민망한 처지가 되고 말았다.우리은행 미 서부지점장으로 미국땅을 밟았던 손씨는 2010년 우리금융이 한미인수계약서에 서명한 날부터 합병 이후의 청사진을 그리는 역할을 맡았다.
 
한미은행 본점 건물 스위트룸에 사무실을 내고 이른바 ‘미래권력’으로서 인수 이후 행장선임 작업까지 지휘하며 1년여 동안 한미은행의 실세처럼 군림했다. 손씨는 중학교 동기동창인 최운화 전 커먼웰스은행장이 한미은행장 후보로 거론되자 묘한 견제심리를 발동, 이를 저지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소한 일 같지만 이로 인해 최씨가 커먼웰스은행장에서 물러나고 윌셔은행 전무로 자리잡기까지 벌어진 한인금융권의 인사 커넥션이 영향을 받았다. 손씨는 한미은행 인수계약이 파기되고 한달여만에 서둘러 귀국행 비행기를 타고 철수했다. 최근 우리금융 인사에서 미래전략담당 부장으로 발령받았다. 손씨와 ‘미래’는 늘 붙어다닌다.



■남문기(전 미주한인회 총련 회장)

남문기 전 미주한인회 총련회장은 지난 7월 18일 한나라당에 의해 해외동포 문제를 담당하는 재외국민위원장으로 선임됐다.늘 공개적으로 “한국에서 정치하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해왔던 그인지라 오랜 노력과 집념이 마침내 한걸음 현실로 구체화되는 가 싶었다.그로부터 한달이 채 지나지 않은 8월 15일.
 
남씨는 한인언론사에 편지를 보내 “고심 끝에 재외국민위원장을 맞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토록 원하던 정당 입문을 스스로 포기하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게 만들었다. 이미 미국시민권까지 포기했던 남씨였다.한나라당측에서는 남회장 임명 후 뒤늦게 당직자는 대한민국 국적자여야 한다는 정당법 조항을 발견, 미국 국적 포기 과정이 마무리되지 않았던 남씨의 선임을 취소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한나라당내에서 남씨의 중량감이 민주당의 카운터파트인 현역의원(김성곤의원)에 비해 처지는데다 미국 국적 정리 때까지 기다리기엔 재외동포 참정권이 행사되는 내년 4월 11일 총선까지 시간이 촉박하다는 당내 의견이 결정적이었다고 알려졌다. 남씨는 비록 재외국민위원장을 포기했지만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약속 받았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남씨를 지지한 홍준표의원이 최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바뀐 한나라당에서 목소리를 잃어 약속 자체의 이행여부가 미지수인 것으로 지적된다. 남씨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여전히 존재감을 알리는 활동을 쉬지 않고 있다.

신양순(전 롯데미주법인 대표)

롯데상사와 롯데주류를 대표하는 롯데미주법인(Lotte International America Corp.· 이하 롯데)이 미주법인 대표를 맡았던 신양순씨를 상대로 지난 4월 22일 LA카운티 슈피리어코트에 민사소송을 제기, 한인사회에 충격파를 낳았다.
 
롯데는 신씨가 직권남용 등으로 800만 달러 이상의 회사 공금을 유용했다며 ▲신의성실의무위반 ▲횡령 ▲사기▲업무상 과실 등으로 회사에 손실을 끼친 데 대해 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접수했다.
 
신씨는 10여년 동안 롯데 미주법인장으로 일하며 미국시장 개척에 큰 역할을 해온 인물인데다 한인마켓과 식음료업계에서 나름대로 평판도 좋은 편이어서 거액의 횡령혐의는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신씨는 롯데의 소장에 나타난 혐의내용을 전면 부인하는 자세로 일관하다가 급기야 회사로부터 형사고발을 당해 현재 수감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신씨가 횡령금액을 투자용도로 사용한 프레시아 마켓은 파산신청, 시장에서 사라졌다.
 
신씨와 파트너 관계였던 스티브 박 사장은 미국을 떠나 동남아로 도피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전도양양하던 대기업의 해외법인장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범죄행위의 동기와 적지 않은 금액이 새나가는 것도 몰랐던 롯데 그룹의 허술한 감사체계는 여전히 의문점으로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최두영(아르시떼 개발및 분양회사 에이원그룹 회장)

LA한인타운 6가와 버질이 만나는 남동쪽 코너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25층짜리 총 591개 유닛의 레지던스호텔 건축계획은 지난 2010년 6월 ‘아르시떼’라는 브랜드로 올림픽거리에 고급스러운 모델하우스가 오픈하면서부터 현실감있는 프로젝트로 주목받았다.
 
에이원 그룹이라는 개발및 분양담당 회사가 설립되고 그 회장이 최두영씨. 그는 한국에서 3차까지 분양한 아르누보시티의 전 소유주였다. 당초 2011년 8월에 착공, 2013년에 완공할 것이라는 아르시떼 건축 프로젝트는 지금껏 삽질은 커녕 에이원그룹 자체가 공중분해된 상황이다.
 
특히 과거 아르누보시티 분양대금이 최씨에 의해 횡령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미주지역 한인들을 포함한 투자자들의 피해규모가 4천만달러에 달한다는 추정도 나온다. 최씨는 아르시떼 모델하우스 오픈 당시만 해도 자수성가한 입지전적 기업인으로 소개됐다.
 
그는 아르시떼 건축 부지를 빌려주고 물적 투자 형식으로 참여한 모 한인투자그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만큼 황당하고 대담한 인물이지만 한국 사법당국에 따르면 외환관리법 위반 및 횡령혐의로 형사고발된 기소중지자이기도 하다.

고급 콘도형 호텔 개발자금을 우선 분양대금으로 충당하고 금융권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처리하려 했던 최씨의 계획은 금융위기의 여파로 경색된 자금시장의 외면으로 일장춘몽이 돼가는 참이다.

황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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