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라기] LA 부동산 재벌 제이미슨 이끄는 데이빗 리

제이미슨은 미주 한인사회에서 가히 부동산왕국으로 불릴 만하다. 사무실용 빌딩과 쇼핑몰 등 총 30억달러에 달하는 자산가치를 지닌 상업용 부동산 100여채를 소유하고 있다. LA한인타운내 비즈니스 중심구역인 윌셔대로 선상의 빌딩 가운데 3채 중 1채는 제이미슨 서비스(옛 제이미슨 프라퍼티스)가 소유해 관리하고 있다.
 
한국에서 온 방문객들에게 윌셔가를 지나면서 “빌딩주인이 한국사람”이라고 하면 모두가 찬탄하며 자랑스럽다고 긍지까지 느끼는 표정들을 짓는다. 부동산 투자전문 기업인 제이미슨 서비스는 두루 알다시피 데이빗 리 회장이 사령탑에 앉아 있다.
 
의사출신인 리 회장은 폭동과 지진 등으로 LA지역 상업용 부동산이 폭락하자 1995년 버몬트와 윌셔가 교차하는 남서쪽 코너의 ’3200윌셔’ 빌딩을 다른 8명의 투자자와 함께 600만달러에 매입한 것을 신호로 부동산 투자가의 길로 들어섰다.
 
3200윌셔건물이 매입한 지 5년여만에 무려 5배가량 가격이 오르자 그에 따른 에퀴티 가치를 레버리지 삼는 방식으로 업무용건물을 하나둘 사들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금융위기가 터지고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는 불황의 여파는 부동산 불패신화를 과시하듯 매입 일변도로 나아가던 제이미슨의 투자전략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친 듯하다.
 
지난해 연말 5개의 건물을 총 1억4천3백만달러에 베벌리힐스 소재 케네디 윌슨 홀딩스에 매각한데다 지난달에는 1800만달러에 달하는 대출금액을 디폴트(채무불이행)낸 것으로 알려진다.

데이빗 리 회장은 빌딩을 구입할 때면 늘 직접 투자자들을 모아 대상건물의 번지수를 이름 붙인 각각의 유한책임회사(LLC)를 설립, 임대수익을 배당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알려지기로는 투자자들에게 연 15%의 투자수익을 보장했다고 한다.
 
이를 지키려면 공실률이 커지면 안되므로 임대료를 시세보다 싸게해 세입자를 채울 수 밖에 없다. 임대료를 싸게 받는 만큼 건물관리비를 줄여 제이미슨이 소유한 사무용 건물의 입주자들은 전반적으로 불평불만이 가득하게 마련이다.
 
몇년전 LA다운타운 인근의 어떤 사무용 건물은 제이미슨이 매입하려고 하자 입주자들끼리 반대모임을 가진 적도 있었다. 제이미슨은 사무실을 임대해 쓰는 업체들에게는 ‘건물을 망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풍길 정도로 악명이 높다.

게다가 리 회장은 지난 2006년 자신이 창립이사로 합류한 프리미어 비즈니스 뱅크에서 모종의 이해 상충관계 있는 대출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연방 예금보험공사(FDIC)에 의해 이사직을 박탈 당했다.
 
적어도 미국내에서는 은행업에 손대지 못하는 신세가 되는 치욕스러운 불명예 퇴진조치였다. 한인커뮤니티와 거의 소통하지 않는 ‘불통’의 자산가인 그의 ‘제이미슨’이란 회사이름은 자녀들의 이름자를 합성한 것이라 한다. 그랬다면 회사나 자신의 이미지를 한껏 명예롭게 밝히는 게 도리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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