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마불사’ 더 심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금융위기의 원흉으로 여겨져온 은행의 ‘대마불사’ 신화를 시정하겠다고 약속한 지 2년여가 지났지만 오히려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와 국제통화기금(IMF) 전·현직 간부들이 일제히 경고했다.

   이들은 JP 모건 체이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씨티그룹, 웰스 파고, 골드만 삭스 등 월가 5대 은행의 자산이 지난해 말 현재 모두 8조 5천억 달러로 미국 경제의 56%에 맞먹는 규모라고 집계했다.

   이는 5년 전의 43%보다 늘어난 것이다.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장을 지낸 개리 스턴은 16일 “시장의 판단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대마불사가 전혀 시정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사이먼 존슨도 “미국 재무부와 백악관의 지도력 부재”라고 비판하며 “(초대형 은행을) 깨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조사 책임자인 하비 로젠바움은 지난달 공개된 ‘우리가 지금 대마불사를 깨야 하는 이유’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대마불사가 여전히 미국 경제에 ‘현존하는 명백한 위험’을 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대마불사에 대한 경고는 이밖에 이스터 조지(캔자스시티), 찰스 플로서(필라델피아), 제프리 래커(리치먼드), 리처드 피셔(댈러스) 등 4명의 현직 연방준비은행장에 의해서도 제기됐다.

   비판론자들은 금융 위기를 계기로 은행간 통폐합이 활발해진 것도 대마불사를 부추겨왔다면서 현재 문을 연 미국의 시중은행이 6천291개로 1984년의 절반 이하인 점을 상기시켰다.

   그만큼 은행의 과점화 현상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연준 부의장을 지낸 도널드 콘은 “위기에서 비롯된 나쁜 결과의 하나가 통폐합”이라면서 “일부 대형은행이 이 때문에 더 비대해지면서 시장이 더욱 집중화됐다”고 경고했다.

   비영리 기관인 베터 마켓의 데니스 켈러허 대표는 “지금부터 2-3년 후 골드만 삭스가 (파산한 미국 최대 선물거래업체인) MF 글로벌처럼 될 테니 두고 보라”고 경고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무디스도 미국 정부가 장차 또 다른 위기를 맞아 대형 은행을 또다시 구제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의 은행감독국 책임자를 지낸 리처드 스필렌코턴은 당국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면서 “진전은 있지만, 문제가 다 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번 위기가 터지면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 블룸버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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